'급식' 이어 '폐막사 격리'논란…"사람사는 건물 의심"

입력 2021-04-26 05:00
경기 포천시의 한 부대에 생활관들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군대 내 휴가 복귀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자제를 위해 휴가 복귀자 격리에 나선 일선 군 분대가 장병들에게 부실한 급식을 제공한 데 이어, 일부 격리시설의 생활 여건 또한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군 당국은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 부대 전수 조사에서 나서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관련 사진과 제보 글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연이어 올라오면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신을 육군 25사단의 한 포병대대 복무자라고 밝힌 누리꾼은 지난 24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부대 격리시설로 사용 중인 옛 BOQ(독신 간부 숙소) 건물의 취약한 위생 상태를 고발하는 게시물(사진)을 올렸다. 그는 “처음 그 건물에서 생활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이곳이 사람이 살 수 있는 건물인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제보 글에 따르면 화장실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는 데다 하수구가 막혀 손빨래마저도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 작성자는 “부대에서는 어떠한 보수공사나 개선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병 문화 개선과 인권 유린 행위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육군 1사단 소속 병사라고 밝힌 누리꾼 역시 전날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실내 환경에 대해 “더러운 먼지, 분진 가루, 각종 알 수 없는 쓰레기들이 침상 위와 바닥에서 굴러다녔다”며 “화장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더러운 이동식 간이 화장실 2칸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23일 군 관련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에 ‘공군 수도권 부대의 저녁 도시락’이라는 내용과 함께 급식 사진이 올라왔다. 일회용 스티로폼 도시락에 밥과 한 숟갈 정도의 불고기, 깍두기 2개가 담겨있다. 페이스북 캡처

복귀자 처우에 대한 논란의 발단은 급식이었다. 51사단 소속이라는 작성자가 지난 18일 “다른 곳은 식사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궁금하다”며 일회용 도시락 용기에 담긴 부실한 급식 사진을 올리면서다. 이후 12사단, 특수전사령부, 공군 등 소속이라고 밝힌 이들이 부실한 배식 상황을 전하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들은 “휴대전화도 반납하고 TV도 없고, 밥은 이런 식인데 감방이랑 뭐가 다르냐. 휴가 다녀온 게 죄인가”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군은 사태 심각성을 파악하고 전 부대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착수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육군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부대별로 장병 급식 관련 부식 청구 및 수령, 보급 체계를 정밀 점검한 후 시스템 개선 및 확인 점검 체계를 재정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현장 배식 상태 확인을 삼중으로 강화하고, 부대별 자율부식비를 투입해 추가 급식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논란에 대해 “최근 격리 장병의 급식 지원과 생활 여건이 부실했던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휘관들이 직접 여건 보장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연이어 제보 글이 올라오자 군 내부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시설 부족 사태가 마치 군대만의 문제인 것처럼 비쳐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온다. 육군 측은 25사단 사례의 경우 지난해 이미 환경 개선을 완료한 시설이라는 입장을 추가로 내놓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25일 “일선 부대에서는 없는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리모델링을 해서라도 격리시설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일부 잘못된 제보들도 우후죽순 더해지면서 코로나19 대응에 힘이 빠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