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된 실내에서 거리두기와 수용인원 제한이 코로나19 전파를 막는 데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기 중 침방울이 골고루 퍼지기 때문에 실내에서 사람 간 거리를 뒀다고 해서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머무는 시간을 제한하거나 적절히 실내 환기를 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매사추세츠공대(MIT) 화학공학과 마틴 Z. 바잔트 교수와 수학과 존 W. M. 부시 교수는 실내 공기전파 위험도를 산출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한 방역지침을 만들어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논문으로 게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밀폐된 실내에서 거리두기는 코로나19 전파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는 작은 침방울은 밀폐된 곳에서 공기에 오래 머물며 기류를 타고 공기에 잘 섞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에 근거했다. 다시 말해, 오히려 실내에서는 침방울에 직접 노출되는 것보다 바이러스가 실린 침방울이 퍼져있는 ‘배경 공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때문에 마스크를 쓰더라도 ‘배경 공기’에 노출돼 감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
바잔트 교수는 “실내 거리두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며 안전하다는 착각만 준다”며 “같은 실내에선 모든 사람이 사실상 똑같이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내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할 때 6피트(약 1.8m) 거리두기는 특별히 이득이 없으며 사실 물리적 근거도 전혀 없다”면서 “실내에서 60피트(18m) 거리를 두더라도 같은 위험에 처한다”고 주장했다.
바잔트 교수는 실내 거리두기 기준을 재채기와 기침에 관한 연구에만 기반해 설정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실내에서 거리를 둬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제시한 적이 없다”라면서 “내가 알기로 실내 거리두기는 지침은 재채기와 기침에 관한 연구에 기반했는데 오히려 이때 나오는 큰 침방울은 바닥에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배경 공기’ 노출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배경 공기’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시간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는 인원 제한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바잔트 교수는 “실내에 20명이 1분간 모이면 괜찮지만 수 시간 모여있다면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텍사스주나 플로리다주 등 수용인원 제한 없이 영업 재개를 허용한 곳에서 감염이 폭증하지 않는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연구진은 환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창문을 열어 공기가 순환하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값비싼 여과 시스템을 마련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았다. 특히 공기 교환율이 높은 넓은 실내공간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면 바이러스 전파율이 떨어진다고도 밝혔다.
바잔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학교 등 많은 시설들이 폐쇄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충분히 넓고 환기가 적절히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갖춰진 시설이라면 공기 정화가 충분히 가능하고 수용인원 제한 없이도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