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조사와 관련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다시 불러 조사하진 않을 방침이다. 법조계는 지난 1월 공익신고와 대검찰청의 사건 재배당을 거쳐 수원지검에서 본격화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공분과 별개로 수사와 처벌은 적법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해당 사건에서 이 비서관의 기소 여부도 곧 결정될 전망이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2년 전 김 전 차관 출금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이 비서관을 조사한 뒤 “추가 소환 계획은 없다”고 25일 밝혔다. 이 비서관은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서 열람을 포함해 10시간30분가량 조사를 받았다. 이 비서관 측은 “진술 내용은 일체 비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이 검찰 수사 단계에서 전달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검찰은 이 비서관 진술을 듣기 이전부터 김 전 차관 출금이 어떻게 이뤄졌고 어떤 절차적 문제가 있었는지 세밀히 재구성한 상태였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던 이 비서관이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법무부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김 전 차관 출금 과정 전반을 사실상 조율했다고 의심한다. 이 비서관과 각각 연락했으며 허위 사건번호가 기재된 출금 서류를 주고받았던 이규원 당시 조사단 검사,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이미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다음 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시작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사단에 수사권이 없음을 잘 아는 이 검사가 혼자 출금을 기획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차 본부장 측은 “당시의 급박한 상황에서 이 비서관을 통해 이 검사와 통화하게 된 것은 맞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검사는 대검과 법무부 등이 ‘사전승인’ 했다는 안내를 받았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검사 측은 “긴박한 시간에 확인 노력을 다 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2년 전 김 전 차관을 출금해야 할 적법한 근거가 어디에도 없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 같은 수사 관행이 허용될 것이냐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했다. 반대로 김 전 차관 사건이 여론에 부각돼야 할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갈래의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비서관은 ‘윤중천 면담보고서’ 등의 조작 가능성을 중심으로 청와대의 ‘기획 사정’ 의혹을 살피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의 수사선상에도 올라 있다.
김 전 차관의 출금이 ‘기획 사정’에 따른 결과로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있다. 출금 조치 전후와 건설업자 윤씨의 면담 전후 이 비서관과 이 검사가 자주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당시 사안을 아는 관계자는 “비슷한 구조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통화가 잦은 것을 비난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이 비서관이 청와대 주무 행정관으로서 과거사 진상조사 관련 업무를 담당했으며, 관련자들이 상황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현황을 전달하는 건 자연스럽다는 논리다. 수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필요한 경우 자료를 공유해 가며 수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원 구승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