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대선 도전 의사를 밝힌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을 야구 경기의 9회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타자에 비유했다. 이대로 게임이 끝나든지, 아니면 역전 홈런을 날리든지 마지막 승부를 벌이겠다는 얘기다. 그는 “급해도 포퓰리즘 공약은 절대 하지 않겠다”며 “달콤한 퍼주기 약속이 아닌 우리가 진짜 선진국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개혁을 말하는 게 국민께 더 통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을 핵심 개혁 과제로 꼽았다.
현재 ‘대선주자 유승민’에 대한 지지율은 낮지만, 경제 성장과 공정 등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유능한 지도자를 바라는 국민 마음과 자신의 정책이 맞아떨어진다면, 경기에서 9회 역전 투런 홈런을 때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타냈다. 국민일보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희망22’ 사무실에서 유 전 의원을 만났다.
“지지율 몇 번은 출렁…유능한 후보 찾으실 것”
-현재 지지율이 저조한 상황이다. 극복 방안은?
“(웃으며) 오늘 선거를 하지 않는 게 다행이다. 대선 1년 전 지지도는 역사적 경험으로 봐도 변화무쌍했다. 지금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가 굉장히 크다 보니, 후보 지지도 역시 정권교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문 대통령이나 조국·추미애 전 장관과 대척점에 있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도도 그래서 높은 것 같다.
그런데 대선이라는 것은 과거 심판 성격도 있지만, 미래에 대한 선택이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정치·경제·사회의 기존 판이 완전히 흔들리고 있다. 국민도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정말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가’를 보시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치인 유승민’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문제해결 능력, 유능함이랄까. 우리 당이 노무현정부 이후 정권을 되찾았을 때 ‘경제 살리기’에 대한 희망이 있었지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모두 잘하지 못했다. 국민은 이제 부동산이든, 일자리든, 복지든, 뭔가 문제 해결을 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어 한다. 경제와 안보가 나라의 두 기둥인데 저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8년 있었고, 경제는 평생 해 왔다.”
“앞으로 몇 번 지지율이 출렁이는 계기가 있을 터다. 2017년 대선에 출마한 이후 한 4년간은 저 자신도 죽음의 계곡을 건너왔다고 표현할 정도로 정치적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미디어에 나서지도 않고 하다 보니 국민 시야에서 많이 사라졌었다. 열심히 활동하면서 비전과 정책을 계속 발표하고 하면 국민도 저에 대해 다시 보시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노동개혁, 꼭 하고 싶다”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했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래도 이번에는 포퓰리즘 공약은 절대 안 하려 한다. 포퓰리즘 공약은 대통령이 된 뒤 그걸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된다.
저도 2017년 대선 때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을 했다가, 그다음 해 중소기업중앙회 신년회에 가서 바로 사과한 적이 있다. 최저임금을 급속히 올리는 것은 경제가 호황일 때나 가능했던 공약이었다. 그 일을 겪으며 인기에 영합하는 공약은 금물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배웠다.”
-‘개혁 대통령’을 강조하고 계신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굉장히 개혁적인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 그런데 개혁은 늘 고통을 수반한다. 노동개혁만 해도 그간 아무도 성공한 정부가 없지만, 노동개혁을 하지 않으면 경제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문재인정부는 친노조이고, 이명박정부는 친기업이다 보니 노동개혁이 어느 쪽으로부터도 신뢰받지 못했다. 대통령 스스로 정말 공정한 관리자가 돼 노사 양쪽 모두가 핵심적으로 고집하는 것을 양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는 이 노동개혁을 비롯해 규제개혁, 교육개혁, 과학기술 개혁을 꼭 하고 싶다. 과거 정부가 했던 달콤한 퍼주기나 단기 부양책 같은 공약이 아닌 진짜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선진국이 되는 데 필요한 개혁을 얘기하는 게 오히려 국민께 통할 수 있다고 본다.”
“文정부, 사이비진보의 마지막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의 낡은 보수 이미지가 여전한데.
“작년 총선 때 우리가 참패를 했지만, 그래도 56명의 초선의원이 당선됐다. 재선 이상은 저를 포함해서 친이·친박 논란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없지만, 초선들은 계파도, 선입견도 없는 분들이다. ‘국민의힘이 무슨 개혁의 주체가 되겠느냐’ 하는 의구심도 들 수 있지만, 저는 초선들에게서 희망을 많이 본다. 이들은 개혁이나 공정 사회를 위한 과제 등을 잘 흡수·소화해 내고 있다.”
“우리 국민은 진보가 정의와 공정을 잘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문재인정부를 보니 이건 완전 거짓말이고 위선이었다. 조국 사태를 보라. 사이비진보가 국민을 상대로 쇼만 벌여온 게 드러나지 않았나. 박근혜 정권이 낡은 보수의 마지막이었다면, 문재인 정권도 정신차리지 못하면 사이비진보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이럴 때 우리 당이 진짜 정책, 진실한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4·7 재보궐 선거는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고 현 정권을 향한 분노와 심판이었다. 최근 우리 당이 당권경쟁에 매몰돼 있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답답하다. 빨리 정비를 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근 ‘2030의 지지가 두렵다’는 발언을 했다.
“2030세대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어느 정당에 대한 오랜 충성심 같은 게 아니라, ‘저 정치세력이 우리 고통을 잘 아는가. 해법은 있는가’를 중시하는 것 같다. 공정의 문제에는 더 예민하다.
국민의힘이 이번 재보선에서 이겼지만, 조금만 잘못하면 언제든 우리를 버릴 수 있는 세대다. 우리가 2030 유권자들한테 느끼는 압박, 그 두려움이 큰 것이다. 실력 있는 대안세력이 되지 못하면 대선에서 다시 지지를 받기 어렵다.”
“내 정책과 국민 생각 맞으면 역전 홈런 가능”
-윤석열 전 총장과 연이 있는 것으로 안다.
“(윤 전 총장이 대구고검에 근무할 때) 대구에서 열린 공식행사에서 처음 봤다. 그때는 인사만 했고, 이후 서울에서 식사한 적이 있다. 얘기를 나눠보니까 호감이 가더라. 이제 정치를 한다고 하니까,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놓고 당당하게 경쟁하는 관계가 되면 좋겠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올 것이라고 보는가.
“우리 당 혁신이 먼저다. 우리 당이 혁신돼 국민 마음을 계속 얻어가고,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면 당 밖에 계신 분들이 먼저 오려고 하지 않겠나. 과거 우리가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은 정말 못했던 것 같다. 다시 정권 교체를 해도 성공한 정부로 남으려면 지금부터 우리 당이 제대로 혁신을 해야 한다.”
-아직 공식 대선 출마선언은 안 하셨다. 구체적 준비는?
“무슨 공식 출마선언 같은 것은 우스운 일이고, 다만 제가 대통령이 되면 경제와 공정이라는 시대 가치를 위해 어떤 개혁을, 어떤 식으로 하겠다는 내용을 정리해서 국민 앞에 밝혀야 할 것 같다. 오는 7월이 대선 예비후보등록이니 그 무렵…, 하여튼 그건 생각을 해 보겠다.
내년 대선은 코로나19 때문에 더욱 ‘미디어 선거’가 될 것으로 보고, 그에 대한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다. 21년 정치를 하면서 알게 된 외교안보, 교육, 노동, 복지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에게 도움도 받고 있다.”
-저서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에 9회 역전 투런홈런을 치는 내용이 나온다.
“(웃으며) 제가 정식 구장에서 홈런을 쳤다고 하면 다들 믿지 않는다. 정치라는 게, 특히 대선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마라톤 같이 길고 외로운 싸움인데, 제 페이스대로 경제성장, 공정, 개혁 이런 것들을 내걸고 열심히 가다 보면, 그리고 그것이 국민이 생각하는 것과 맞아떨어지면 역전 투런 홈런도 가능하지 않겠나. 특히 지금 국민은 경제 문제를 한번 확 다른 방향에서 해결해 줄 대통령을 찾고 있다.”
야구팬인 유 전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야구팀 창단 멤버이며, 1990년 ‘부총리배 중앙행정기관 야구대회’ 예선전 해운항만청(해양수산부의 전신)과의 시합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선수 출신인 상대 투수에 맞서 풀카운트 접전 끝에 역전 투런 홈런을 날렸다고 한다.
백상진 이상헌 기자 sharky@kmib.co.kr
[대선 도전 유승민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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