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의 30%’를 잡아라…여권 대선주자들 ‘친문표심’ 경쟁

입력 2021-04-25 17:08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3명의 대권 주도권 잡기 경쟁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물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30%대 지지율을 정치적 기초자산으로 끌어오기 위한 물밑경쟁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이 4·7 보궐선거 참패 이후 수세에 몰린 와중에도 버티고 있는 문 대통령 지지층을 사로잡는 주자가 결국 대선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해 중반부터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30%대 마지노선은 지켜내고 있다. 한국갤럽이 20~22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4월 4주차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31%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여권 대선주자들은 무너지지 않는 30%의 지지율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저마다 문재인정부를 계승할 적임자임을 호소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문 대통령과의 ‘신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 가까운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했다.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로 2년간 문 대통령과 손발을 맞춘 점을 강조하면서 지지자들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호남지역 한 의원은 25일 “이 대표 지지율이 10% 안팎에 머물지만 대통령 지지율만 옮겨와 준다면 이 지사와 경쟁도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 역시 2017년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 돌아선 친문(친문재인) 강성 지지자들을 향해 연일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그는 최근 “문재인정부의 일원으로서 모든 공과의 책임을 함께 감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문 대통령과 자신을 ‘갈라치기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현안에 정부와 결이 다른 목소리를 개진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과의 대립이 아니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총리는 ‘문 대통령이 선택한 인물’이란 점을 내세운다. 그는 최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총리로 저를 쓰셨다. 그 과정에서 훈련이 잘 돼 있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25일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문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를 만난 사실도 공개하며 “모두의 마음을 모아 이기겠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세 주자들이 문 대통령 지지층 구애에 나선 까닭은 30% 지지율 향방이 경선 나아가 본선의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한 초선의원은 “원래 대선에서 여권주자들은 현직 대통령 지지율을 주춧돌로 삼고 각자 역량으로 끌어온 추가 지지율로 경쟁하는 것”이라며 “사업하겠다는 사람에게 초기자본이 필요한 것과 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각 주자들은 문 대통령 지지율을 두고 저마다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 이낙연계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문 대통령과 경쟁했던 이 지사에게 지지율이 옮겨붙긴 어려울 것이고, 초대 총리였던 이 전 대표가 지지율을 이어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와 정 전 총리 측은 본선 경쟁력을 내세운다. 정세균계 의원은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쪽을 밀어주게 될 것”이라며 “민생회복에 경제통인 정 전 총리만큼 경쟁력 있는 주자는 없다”고 했다. 이 지사 측 역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야당 후보를 지지하기는 어려운 만큼 정권 재창출이란 명분 아래 자연스럽게 지지율이 옮겨올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