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노동자 A씨는 최근 직장을 잃었다. 코로나19를 핑계로 정규직 전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퇴직금을 달라고 하니 “일용직이라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퇴직금과 각종 수당을 합한 체불임금은 1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그런데 A씨를 더 화나게 한 건 관할 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이었다. 그는 노동청에 출석한 A씨 앞에서 마음대로 체불 임금을 줄여 계산했다. A씨 및 사측과의 3자 대질조사 때는 “금액이 너무 커 (회사가) 어떻게 한 번에 내겠냐”며 눈치까지 줬다. A씨는 “근로감독관이 아니라 체불 임금을 깎는 조정관 같았다”며 분노했다.
직장인 B씨는 사장 가족에게 갑질을 당해 지난해 10월 노동청에 신고했다. 인사 이동으로 근로감독관이 바뀌면서 조사는 차일피일 미뤄졌고, 신고 5개월 만에 3자 대질조사가 진행됐다. 근로감독관은 우울·불안증세로 참석을 고민하던 B씨에게 “대질조사에 나오지 않으면 상대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B씨로선 사장 부부를 다시 마주한 일 자체가 씻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2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1분기 637건의 피해 제보 중 앞의 사례처럼 근로감독관의 갑질이 72건(11%)이나 됐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할 근로감독관이 회사 편을 들거나 신고를 취하하고 합의하도록 종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내용이다. 신고자를 무시하거나 처리 시간을 끄는 경우도 있었다.
전은주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근로감독관에 의한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노동부는 소속 근로감독관에 대한 교육과 업무처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