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장도 기댄 수사심의위… 여론전 변질 지적도

입력 2021-04-25 16:56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지난 23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출금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 등을 판단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신청으로 열리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제도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주요 피의자들이 사건을 여론전으로 끌고 가려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고 심의의 충실도와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검찰개혁 일환으로 도입된 제도가 자리 잡으려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심의위는 2018년 1월 도입돼 현재까지 총 12번 열렸다. 제도는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신청한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부터 본격 주목을 받았다. 직전까지 열린 8번의 심의위는 대부분 검찰 측 신청으로 열렸었다.

심의위는 검찰 수사에 대한 판단을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겨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심의위에는 종교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인사도 상당수 포함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의위 참여 경험이 있는 한 법조계 인사는 “법학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 의견에 일반인들이 휘둘린다는 인상도 받았다”고 했다.

일반인들이 사건을 이해할 만큼 심의가 충실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심의위에서는 주임검사와 신청인이 각각 30분 이내에서 사건에 대해 설명한다. 결론은 대부분 당일 나온다. 복잡한 특수수사 사건이나 법률 지식이 얽힌 사건을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국민참여재판 같은 공개 재판과 달리 심의위에서는 주임검사와 신청인이 상대방의 퇴실을 요청할 수 있다. 재판에서 주장을 공개적으로 듣고 반론을 펼치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방이 어떤 주장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사실이 아닌 주장을 해도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권고 결과 등의 공개 여부가 자의적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는다. 규정에는 심의위가 의견 공개 여부, 공개시기, 방법, 사건관계인 통지 여부, 통지내용을 전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 앞서 이 부회장 경영권 의혹 사건,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이 부회장 프로포폴 의혹 사건 모두 심의위 권고 이유가 공개되지 않았었다. 검찰에도 심의위 권고 이유는 별도로 전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서는 “어떤 이유로 권고가 나왔는지 알아야 보강수사를 하든, 권고를 따르든 할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심의위 결과에 검찰이 승복하라는 것은 판결 이유도 알 수 없는데 항소를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그간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은 사례는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불기소 권고, 채널A 사건에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가 꼽힌다. 이 지검장이 받고 있는 수사 외압 혐의와 관련한 심의위에서도 어떤 결론이 나오든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제도의 충실도를 높여 심의위 권고가 유명무실화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