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해 9월 입법예고한 집단소송제가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집단소송제는 일부 피해자가 제기한 소송이 승소한 경우 모든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분야 제한 없이 모든 손해배상 청구에 확대할 예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부 집단소송제 안의 모델이 된 미국 집단소송제도의 기업 영향을 분석하고 우리 기업에 미칠 파급영향을 검토한 자료를 15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 로펌인 칼톤 필즈가 미국 매출 상위 1000대 기업의 집단소송 현황을 조사한 결과, 미국 집단소송 비용은 2019년 26억4000만 달러(약 2조9502억원)로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26억 달러) 및 신규 일자리(고용인원 2600명) 규모와 유사한 수준이다. 비용 증가 속도도 빨라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약 2.45%씩 증가했다. 2025년엔 30억5000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이 한 해 다루는 집단소송 건수는 2011년 4.4건에서 2019년 10.2건으로 2.3배 증가했다. 2020년에는 15.1건에 달할 전망이다. 집단소송 피소 사실만 알려져도 주가 하락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부터 2014년 초까지 미국에서 제기된 집단소송은 4226건으로 합의액은 680억 달러다. 그동안 집단소송 피소가 알려지면 주가가 평균 4.4% 하락했다. 주가 손실액은 합의액의 4배인 262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경련은 법무부 제정안이 미국 법안보다도 기업에 불리하다며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제정안에 따르면 소송 전에도 증거조사가 가능하고 증거조사 후에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외국기업이나 경쟁사들이 영업비밀이나 핵심정보 수집을 위해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일단 소를 제기하고 난 뒤 소송 근거를 찾는 게 가능해져 소송이 남발할 우려가 있다.
전경련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21대 국회에서 기업 처벌을 강화하는 각종 법안들이 통과됐는데, 집단소송까지 도입되면 기업들은 남소에 따른 직접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경영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