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풍요로 질투 받는 미국, 글로벌 백신 불균형 해결이 바이든 시험대

입력 2021-04-25 15:29

글로벌 백신 격차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글로벌 리더십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제무대 복귀를 선언한 미국이 글로벌 백신 양극화 문제에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국제적 확산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미국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백신 과잉 상태를 상징하는 장면들이 대비되고 있다.
세계 80여 개국은 세계무역기구(WHO)를 통해 미국에 코로나19 백신 특허권 일시 유예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미국이 주저하는 틈을 타 중국, 러시아 등이 백신 외교를 펼치는 것도 미국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ABC뉴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24일(현지시간) 일제히 미국의 백신 풍요를 언급하며 글로벌 백신 공급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저소득 국가들의 신음과 미국의 풍요를 대비해 백신 불균형 현장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결단을 요구하는 보도를 내놨다.
ABC뉴스는 “미국은 공급량이 너무 많아 일부 주에서 연방 정부가 계획한 백신 물량 선적을 거부하고 있다”며 “미국 내 백신 풍요가 바이든 행정부에 백신 공급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전염병 재확산의 가장 큰 진원지로 꼽히는 인도에서 환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된 병원에 산소가 바닥나고 있는 반면 미국은 4분의 1이 백신 접종을 마쳤고, 백신 수요가 줄어 접종을 중단하기로 한 병원까지 등장했다고 비교했다. 인도는 자국 상황이 악화하자 아스트라제네카(AZ) 수출 대부분을 차단한 상태고, 그로 인해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WP는 “미국이 부러움과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향한 국제적 호소도 지속하고 있다. WHO 전염병 학자 마리아 밴커코브는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과학적으로 끔찍하다”고 지적했다. 조지타운대학의 로런스 고스틴 국제보건법 교수는 “저소득 그리고 중위소득 국가에 재앙”이라고 언급했다.
WP는 이런 상황에 대해 “백신 접근에 대한 격차를 놓고 일고 있던 논쟁이 이제 끓어 넘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NYT도 “바이러스의 치명적 급증에 따라 미국이 백신 공급 압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리더십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ABC는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고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것을 전 세계 국가에 약속한 바이든 대통령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미국의 백신 지원이 부족해 중국과 러시아에 기회가 생겼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이 백신을 아끼는 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 백신 공급 약속을 확대하면서 리더십 대결 양상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 백신 불신론은 글로벌 백신 공급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공급이 풍부하지만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려는 백신 회의론자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 크리스토퍼 머레이 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5월 중순이면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 수보다 더 많은 백신이 공급되면서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과의 싸움에서 큰 장애물을 마주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단 면역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백신만 남아도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