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윤락가 근처 쇼핑몰 지하에 독도체험관 ‘논란’

입력 2021-04-25 13:47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할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이 대형쇼핑몰 한 편에 들어서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이 2층 규모 단독 건물로 ‘다케시마(독도)’ 등 과거사 왜곡 체험시설을 두고 있는데 반해 쇼핑몰 지하에 자리하는 것은 국격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반면 유동인구가 많은 쇼핑몰에서도 친숙하게 독도를 접할 수 있는 체험관이 생긴다며 반기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오는 10월 새 독도체험관이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지하 2층에 1310㎡(400평) 규모로 들어선다. 영등포구가 타임스퀘어 운영사인 경방으로부터 기부채납 받은 부지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서울에서 유일한 독도체험관은 서대문구 미근동에 위치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측은 “2012년 지어진 기존 시설이 좁고 노후화된 데다 접근성이 떨어져 이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건물은 연간 운영 예산 절반인 3억5000만원을 임차료로 내는 상황인데 예산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임차료 절감을 위해 해당 부지로의 이전을 택했다는 것이다.

논란은 쇼핑몰 한 편에 자리한 ‘장소의 격’을 두고 벌어졌다. 역사 교육 공간이 상업 시설에 있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정지 바로 옆에는 사탕 매장과 패스트푸드 매장이 운영 중이다. 올해 1월 일본 정부가 도쿄 중심부인 지요다구 빌딩에 2층 규모로 ‘영토·주권 전시관’을 이전하면서 다케시마(독도) 등 과거사 왜곡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김점구 독도수호대 대표는 “총리 관저, 문부과학성, 해상보안청 등 주요 기관이 밀집한 도심에 전시관을 두고 있는 일본과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쇼핑몰 인파가 체험관 방문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공간은 타임스퀘어 매장 중에서도 이용객이 적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에 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구의회 본회의에서 “다른 민간위탁시설이 들어오더라도 적자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내부적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쇼핑몰 근처 윤락가가 형성돼있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학생들이 주로 찾는 교육 공간 주변에 유해시설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어른과 아이가 함께 찾는 유명 쇼핑몰인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지만 장소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쇼핑몰처럼 친숙한 공간이 오히려 낫다는 반론도 나온다. 기존 부지와 비교해도 쇼핑몰의 접근성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정은정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장은 “현재 ‘찾아오는 게 힘들다’는 관람객 의견이 많다”며 “흔하게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에 독도체험관이 있다면 더 많이, 더 쉽게 홍보할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다만 정 관장은 주변 윤락가 환경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을 유해시설로부터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독도 관련 시설에 충분한 예산을 지원하고 보다 상징적인 공간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병렬 국방대 명예교수는 “도쿄 중심부에 전시관을 둔 일본처럼 광화문·서울역 등 상징적인 곳에 독도체험관을 두는 게 맞지만,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라며 “체험관에 대한 지원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