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뚜껑 열린 화순전남대병원 타임캡슐

입력 2021-04-25 12:23 수정 2021-04-25 12:33

“10년 뒤에는 환자들이 가장 치료받고 싶어하는 글로벌 거점병원으로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 ”

화순전남대학교병원(원장 신명근)이 오는 26일 개원 17주년을 앞두고 ’타임캡슐’을 꺼내 개봉했다. 지난 2007년 개원 3주년 기념식 때 묻어둔 것이다.

14년간 묻혔던 ‘타임캡슐’에는 당시 근무하던 의료진 등의 염원과 미래를 향한 소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19명의 직원이 작성한 233건의 각종 자료가 10여 년 만에 먼지를 털고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병원 측은 당시 타임캡슐 개봉 당일의 ‘외래환자 수 맞추기’ 퀴즈도 곁들였다. 가장 근사치를 맞춘 직원 16명에겐 푸짐한 상품을 증정하기로 약속했다.

타임캡슐은 당초 2020년 ‘개원 16주년 기념일’에 꺼내기로 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1년간 미뤄졌다. 외래환자를 비교적 정확히 예측한 퀴즈 응모자들에 대한 시상은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개봉된 타임캡슐에는 당시 직원들의 10여 년 뒤 꿈과 비전을 담은 소망편지, 각종 사진과 책자, 부서별 자료를 담은 CD, 병원 홍보 동영상과 역사자료를 담은 외장 하드, 당일 발행된 일간지 등이 세월의 흔적과 함께 수북이 쌓여 있다.

한 직원이 방송기자 리포트 형식으로 쓴 편지에서는 “10여 년 뒤엔 많은 환자로 북적이는 글로벌 병원이 될 것”이라는 소박한 소망이 투박한 문체로 적혀 있었다.

2020년 즈음을 예측해 작성한 원내 시설물 도면과 자신의 미래상을 설계하거나, 멋진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는 간호사의 바람, 퇴직 이후를 미리 준비하는 고참 직원의 각오, 병원의 장기적 도약을 기원하는 글 등 다양한 사연들도 눈길을 끈다.

과거 자신이 직접 적은 소망편지를 다시 접한 박현진 약제부장은 “옛 추억이 생생하고 감회가 새롭다. 그때 간절히 바랐던 희망이 대부분 이뤄져 행복하다”며 환히 웃었다.

타임캡슐과 그 안에 보관돼 있던 수장품들은 고객과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17주년 기념행사로 병원에 전시한다. 지난 2015년 4월 26일 ‘개원 10주년’을 기념해 묻어둔 또 하나의 타임캡슐은 오는 2030년 개봉할 예정이다.

신명근 원장은 “무등산 자락 허허벌판에서 2004년 개원한 병원이 역경과 난관을 헤치고 세계적 병원으로 도약하고 있다“며 “초창기의 열정을 가슴에 새기고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