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생리휴가 거부한 전 아시아나 대표, 벌금형 확정

입력 2021-04-25 11:34

승무원들이 신청한 생리휴가를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아시아나항공 대표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수천 전 아시아나항공 대표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5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승무원 15명이 138차례에 걸쳐 낸 생리휴가를 “인력이 부족하다”며 받아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매달 하루의 생리휴가를 제공해야 한다. 1심과 2심 재판에서 김 전 대표는 “원고들이 신청한 생리휴가는 휴일, 비번과 인접한 날에 몰려있거나 휴가 청구 사유란에 생리휴가라고 기재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며 “휴가를 청구한 날 실제로 생리현상이 있었는지까지 검사가 증명해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생리휴가를 부여하면서 여성 근로자에게 생리 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며 김 전 대표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김 전 대표 측 주장대로라면 생리휴가 신청 자체가 어려워져 제도가 무용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2014년 한 해 동안 생리휴가 신청이 거절된 횟수가 4600번에 이르는 등 제도개선의 노력이 없었던 점도 지적했다. 김 전 대표 측은 “상당한 경영상 어려움 때문에 (생리휴가를 고려할 수 있을 정도의) 대기인력을 두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회사 업무 특수성 때문에 휴가 부여가 불가능하면 근로자 측과 협의해 보상방안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나 이유 모순의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