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똘마니” 진중권 고소한 김용민 패소…“정당한 비판”

입력 2021-04-25 11:13 수정 2021-04-25 13:04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을 “조국 똘마니”라고 지칭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김 의원은 항소를 포기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진 전 교수는 지난해 6월 22일 페이스북에 “누가 조국 똘마니 아니랄까 봐. 사상 최악의 국회의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초선 의원이 감히 대통령의 인사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섰다” 등의 글을 썼다.

이에 김 의원은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거나 모욕적이고 불쾌하게 느껴지도록 표현하는 등 인격권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진 전 교수를 상대로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진 전 교수에게 “사과하면 고소를 취하한다”고 했지만 진 전 교수는 “김 의원이 나한테 ‘조국 똘마니’ 소리 들은 게 분하고 원통해서 지금 의정활동을 못 하고 계신단다. 그 대목에서 뿜었다”며 맞섰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시법원 소액2단독 조해근 판사는 지난달 24일 “이유 없다”며 김 의원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전적 의미로는 진 전 교수가 ‘똘마니’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사회 일반에서는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가치 체계를 공유하거나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사람 중 후속 참가자나 연소자, 하위 직급자 등을 선도자, 연장자, 상위직급자 등과 대비, 희화해 지칭하거나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판단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국민일보DB

그러면서 재판부는 “진 전 교수는 김 의원이 사실상 조국 전 장관을 대리해 활동하는 자라고 판단하고 ‘똘마니’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김 의원의 정치 이력·활동에 대한 의견 표명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이 조 전 장관이 위촉한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제2기 위원으로 활동한 점, 김 의원의 공천을 언론에서 조 전 장관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주광덕 전 의원을 낙선시키기 위한 이른바 ‘자객 공천’이라고 평가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헌법상 ‘사상·의견을 표명·전달할 자유’ 측면에서도 “진 전 교수의 ‘똘마니’ 표현은 김 의원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나 의견 표명 범위 안에 있다고 볼 수 있어 위법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