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가 북한 김일성 주석의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책 판매를 중단했다.
교보문고는 지난 23일 대책회의를 열고 ‘세기와 더불어’ 신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온라인서점에서도 ‘세기와 더불어’가 검색되지 않도록 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25일 “대법원이 이적표현물로 판단한 책을 산 독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고객 보호 차원에서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며 “정치적인 이슈나 판단과 무관하게 고객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법원이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지면 이에 따라 추후 신규 주문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빠른 판단이 이뤄져서 이런 상황이 조속히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교보문고는 이에 앞서 22일 광화문·강남 등 2개 오프라인 매장과 파주북시티 본사 물류센터에 있는 책 총 3부를 회수해 총판인 한국출판협동조합에 반납했다.
이 책은 출판사와 서점 간 직거래 방식이 아니라 800여개의 국내 출판사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출판인단체 한국출판협동조합을 통해서만 온·오프라인 서점에 유통한다. 현재까지 전체 주문량은 100여부로 알려졌다.
한국출판협동조합 관계자는 “출판사에서 책을 유통해 달라고 하면 철회 의사가 없는 한 계약 관계에 따라 절차상 정상적으로 유통할 수밖에 없다”며 “법적인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를 중단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법원에 ‘세기와 더불어’ 판매·배포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반인도 범죄자인 김일성을 조작·미화한 책을 제한 없이 판매·배포하는 것은 헌법과 국가보안법의 원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김일성을 저자로 해 지난 1일 출간한 ‘세기와 더불어’(8권 세트)는 과거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펴낸 원전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 왜곡과 법 위반 등 논란이 일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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