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앞 사무실에는 ‘희망22’라는 문패가 붙어 있다. 유 전 의원은 이 희망의 길은 ‘경제’에 있다고 했다. 국민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이 시대 정치의 소명이자, 내년 대선에 도전하는 많은 정치인 중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케케묵은 운동권 사고방식이 만든 무지와 무능의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내놓은 이른바 ‘기본 시리즈’에 대해서는 “서민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한마디로 허구”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지금 가장 절박한 경제정책은 코로나19 백신 확보”이며 “미래를 대비한 디지털 혁신인재 100만명 양성에 전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23일 희망22에서 유 전 의원을 만났다.
“시대정신, 첫째가 경제, 둘째가 공정”
-내년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히셨다. 왜 대선에 나서려 하나.
“지금 국민 대부분이 나라의 미래에 대해 굉장히 절망적인 것 같다. 대한민국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선하게 보인다. 경제, 사회, 안보, 그리고 정치까지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있다. 정말 희망을 만들어드리고 싶다. 진짜 강한 나라, 세계 1등 국가라고 할 만한 강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1번이 경제, 2번이 공정이라고 생각한다. 공정이라는 건 우리 국민이 마음으로 원하는 정신적이고 철학적인 가치라면, 경제(성장) 즉 먹고 사는 문제는 국민이 매일매일 일상에서 직접 부딪히는 삶의 이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저성장·저출산·양극화의 삼중고는 더 악화될 것이다.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노동, 복지 등 사회의 하부구조도 모두 경제 문제다. 공정 이슈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사태’에서도 보듯이 경제 안에서 어떤 원칙과 기준이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라고 본다. 경제는 제가 스스로 가장 내세울 수 있는 분야기도 하다.”
“백신 확보가 가장 절박한 경제 정책”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는데.
“문재인정부는 대통령부터 그 주변 권력 실세들까지 대부분 경제에 대해 너무 무지하고, 무능하다. 1970~80년대 NL(민족해방 계열) 중심의 운동권 사고방식에, 너무나 케케묵은 경제 개념과 이론에 갇혀있는 것 같다. 그 뒤로 30년 이상 시간이 흘러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지금의 코로나 위기까지 겪었는데도, 이분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공부가 전혀 안 돼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소득주도성장 같은 엉터리 경제정책이 나와 버린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갖고 경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 건데, 결과는 그 정반대 아니었나. 양극화는 오히려 더욱 심해졌고, 성장도 안 되고. 세금 받아서 일주일에 10시간 아르바이트 같은 일자리밖에 못 만든 것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경제정책을 꼽는다면.
“백신이다. 지금 가장 절박한 경제정책은 코로나19 백신 확보다. 백신 디바이드(격차)라는 말을 쓰는데, 이스라엘이나 미국, 영국같이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들은 일찍 집단면역이 형성돼 그만큼 경제도 빨리 돌아가게 된다. 미국 경제 지표를 보면, 실업률은 엄청나게 내려가고 성장률은 엄청 올라가고 있지 않나.
그런데 우리나라는 백신 확보에 완전히 실패한 상황이다. 불가피했던 게 아니라 빨리 (확보)할 수 있었는데도 실패했으니 정부 책임인 것이다. 대통령도 ‘K방역’ 자화자찬만 하면서 올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장담하지만, 아직 백신 확보도 안 되고 있으니….”
“100만 디지털 혁신인재 양성해야”
“두 번째는 인재(人材)라고 본다. 과거에는 자본과 노동의 양적확대로 성장을 해왔지만, 이제 이런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인재밖에 없는데, 그래서 저는 ‘디지털 혁신인재 100만명 양성론’을 주장한다.
문재인정부가 하는 81만개 공공부문 일자리와는 극과 극의 개념이다. 지금은 세금을 쏟아부어 일자리 만들었다가 세금 떨어지면 그 일자리가 사라지는 식 아닌가. 이 돈으로 디지털 혁신 인재 100만명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면 그것 자체가 청년 일자리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하고, 또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4차 혁명 시대에서 어느 나라든 디지털 분야에 빨리 적응하는 국민이 많은 나라일수록 잘살게 될 것이다.”
-구체적 실현 방안으로 구상하는 게 있다면.
“교육이다. 현재 흩어져 있는 정보화 관련 공기업·공공기관을 하나로 통합한 공사 같은 것을 만들고, 초·중·고부터 대학까지 디지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출할 필요가 있다. 문과, 이과 구분 없이 예·체능 분야까지 디지털 경쟁력이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 디지털을 가르칠 사람도 먼저 길러야 한다.
전 분야에 걸쳐 굉장히 혁명적 개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하고, 결국 대통령이 물꼬를 트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공무원 수 늘리겠다며 우리 청년들이 고시학원으로 몰려가도록 할 게 아니라, 그 돈으로 젊은이들이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러면서 디벨로퍼(개발자), 디지털 전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정부가 할 일 아니겠나.”
“이재명 정책은 민주당보다 허경영당 가까워”
-이재명 경기지사의 이른바 ‘기본 시리즈’에 대한 평가는?
“그 분이 얘기하는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 3종은 완전히 허구다. 아마 자기 돈이었다면 그렇게 쓰지 않았을 거다. 이 지사가 하겠다는데 들어가는 돈은 결국 2030세대가 다 갚아야 할 빚이다.
기존 사회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거기에 기본소득을 얹어 주겠다는 건데, 현재 사회복지 예산은 200조원이 넘고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계속 늘어갈 것이다. 여기에 국민 1인당 한 달에 50만원씩 준다고 하면 대략 연간 300조원 이상이 추가로 필요한데, 아무리 장기 과제로 추진한다 한들 재정 감당이 되겠나.”
-이 지사는 경제기본권을 강조하는데.
“저는 이 지사의 기본 시리즈가 서민을 위한 것도 아니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공기업이나 금융기관 직원, 삼성전자 직원들한테까지 모두 기본소득을 주게 되면, 오히려 서민들한테 더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뺏는 것이다.
그냥 산술적으로는 평등해 보일 수 있어도, 기본소득이 굳이 필요 없는 이들한테까지 지원을 하다 보면, 더 공정하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쓸 돈을 날려버리게 된다. 그래서 반서민적인 것이다. 기본소득에 들어갈 돈으로 복지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송파 세 모녀’ ‘방배동 모자’ 같은 아주 슬픈 사건을 막도록 사회 안전망을 더 튼튼히 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 기본소득은 서양에서 오래전부터 있던 아이디어인데, 어느 나라도 정책으로 채택하지 않은 이유가 다 있다.”
유 전 의원은 이 지사의 기본주택·기본대출 정책도 장시간 비판했다. 그는 “저와 이 지사는 양극단에 서 있다”며 “그분은 더불어민주당보다는 오히려 허경영당 쪽에 가깝다”고 했다.
또 “이 지사는 제가 이런 비판을 하면 굉장히 듣기 싫을 테지만, 본인이 말하는 정책이 진짜 서민을 위한 것인지,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진짜 좋은 정책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호일 강보현 기자 blue51@kmib.co.kr
[대선 도전 유승민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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