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사태’ 논의 아세안 정상회의…극적 해법 나오기 어려워

입력 2021-04-24 18:35 수정 2021-04-25 01:12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탕에랑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미얀마 유혈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아세안 특별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AP뉴시스

미얀마 사태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동남아국가연합(ASEAN) 특별정상회의가 24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열렸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이날 오후 자카르타의 아세안 사무국 청사에서 열린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쿠데타 이후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해외 방문은 처음이다. 나머지 9개국 정상 가운데 태국·필리핀·라오스 등 3개국 정상은 불참하고, 외교부 장관들이 대신 참석했다.

이번 특별정상회의의 중심 논제는 미얀마 사태의 해결이다. 본래 아세안은 ‘내정 간섭 불가’ 원칙에 따라 회원국의 국내 정치 문제를 다루지 않았으나 미얀마의 유혈사태가 계속되자 지난달 2일 외교장관 회의를 열어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그런데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자 특별정상회의까지 개최하게 된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이번 정상회담은 미얀마 정세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아세안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익명의 외교 관계자들은 정상회의에 참석한 대표들이 흘라잉 최고사령관으로부터 군부 탄압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길 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군부 쿠데타의 정당성을 주장할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으며, 비상사태 기간이 끝나면 다시 총선을 치러 승자에게 정권을 이양할 것이란 기존의 주장이다.

외교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날 특별정상회의에서 ‘아세안 참관 속 재선거 조기 실시’와 같은 극적 타결은 나오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얀마 재선거 자체를 시민들은 ‘쿠데타 정당성 부여’라며 반대하는 상황인데다 군부는 재선거로 정권을 유지할 준비가 되지 않은 탓이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특별정상회의 참석에 대한 여론은 차가웠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시민 700여명을 살해한 미얀마 군부의 수장을 이번 회담에 초청하는 것 자체가 쿠데타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날 회담장 인근에선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방문에 항의하는 20여명의 시위대가 ‘미얀마 민주화’, ‘군사 쿠데타에 반대한다’는 팻말을 들고 냄비 등을 두드리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날 미얀마 현지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 민주진영은 인터폴에 로힝야족과 시위대에 대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흘라잉을 체포해달라고 요청했다. 르윈 코랏 국민통합정부(NUG) 내무장관은 인터폴에 보낸 서한에서 “인터폴이 인도네시아 경찰과 협조해 흘라잉이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자카르타에 머무는 동안 그를 체포할 수 있다”며 적극적 행동을 촉구했다.

아세안 정상들이 미얀마 사태 해법을 두고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 국제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