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아시아계 81% “차별·증오 증가해”…5명 중 1명 “트럼프가 혐오에 불 질러”

입력 2021-04-24 15:24 수정 2021-04-24 15:27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총 8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애틀란타 총격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 사회에 만연한 아시아계 차별, 증오의 극단적 발현으로 보인다. 아시아계 미국인 10명 중 8명은 일상에서 자신들에 대한 폭력이 증가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범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 중 81%는 자신들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조사에 참여한 전체 미국인이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이 증가했다고 답한 비율(56%)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폭력이 감소했다고 답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2%에 불과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정적인 경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폭력 또는 공격 위협을 느꼈다’(32%)거나 ‘주변에서 불편한 시선을 느꼈다’(27%), ‘인종차별적 농담이나 인종 관련 비방 발언을 들었다’(27%)고 혐오 피해를 경험을 설명했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말을 들었다’(16%)거나 ‘코로나19 사태가 너희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14%)고 답한 이들도 많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를 중국 탓으로 돌린 점을 증오범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응답자의 20%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나 ‘쿵 플루’로 불러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프레임’을 강화했다고 비판했다. 한 응답자 A씨(40·여)는 “트럼프가 인종차별과 약자를 괴롭히는 행위를 일반화시켰다”며 “코로나19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아시아계를 비난하면서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아시아인을 차별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다음으로는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주의(16%), 코로나19 사태의 여파(15%), 코로나19 사태 피해를 아시아계에 전가(12%) 등이 뒤를 이었다. 위의 개별 응답들이 결코 분리된 내용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결국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주의, 코로나19 사태, 이를 이용한 트럼프의 정치적 행위가 아시아계의 두려움을 증폭시킨 핵심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 통계로도 아시아계 혐오범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립대 ‘혐오 및 극단주의 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 16개 주요 대도시에서 아시아계 혐오범죄는 2019년보다 149%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혐오범죄가 7%포인트 감소했다. 전반적인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