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사상 최대 ‘18억회분’ 화이자 백신 계약 체결

입력 2021-04-24 10:57 수정 2021-04-24 13:40

유럽연합(EU)이 화이자와 단일 계약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확보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화이자 백신 확보에 공을 들이던 국가들의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18억회분을 확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백신 공급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이번 계약은 코로나19 면역력 유지를 위한 부스터샷 접종 물량 확보 차원”이라며 “7월말까지 EU 성인 인구의 70%에게 접종할 충분한 백신을 확보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가 이뤄지면 2년에 걸쳐 9억회분의 추가 옵션을 포함해 최대 18억회분이 제공된다. 총 2회에 걸쳐 접종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의 특성상 9억명이 맞을 수 있다. EU 전체 인구가 4억5000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18억회분은 모든 인구가 4번씩 맞을 수 있으며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언급한 부스터샷까지 맞고도 남을 물량이다.

이번 합의는 EU 집행위가 백신 공급의 지연 문제를 일으킨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와 관계를 끊으려는 상황 속에서 나왔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는 1분기까지 1억회분의 백신을 EU에 공급하기로 계약했지만 전달된 백신은 3000만회분에 그쳤고, 이는 EU 회원국 내 백신 부족 사태로 이어졌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현지 방송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맺은 백신 계약이 6월 30일로 끝난다면서 추가 계약을 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화이자 확보에 공을 들였던 다른 나라들의 백신 수급엔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이 백신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다른 국가들의 백신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던 전례처럼, 이번 합의가 또 다른 스노우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화이자가 미국과 벨기에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는 등 폭발하는 수요를 충족시키려 애쓰고 있지만 이미 계약 공급량이 연간 예상 생산량을 넘어선 만큼 필요한 때에 수급이 제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