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국물만 재사용? 14곳 더 있었다…상호 공개 예정

입력 2021-04-24 04:00
부산시 제공

깍두기 재사용과 국물 재탕 등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부산시가 지역 식당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남은 음식을 재사용한 업소 14곳이 더 적발됐다. 시는 음식 재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이번 수사에서 적발한 업소의 상호를 해당 구·군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23일 부산시 특별사법경찰과(이하 특사경)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식품접객업소 2520곳에 대해 남은 음식 재사용 등 특별기획 수사 결과, 총 31곳의 위반업소를 적발했다.

적발 유형을 보면 남은 음식을 재사용한 일반음식점이 14곳으로 가장 많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사용·보관한 업소가 8곳이었고 원산지를 속이거나 미표시한 곳도 4곳이 적발됐다. 또 위생 상태가 엉망인 조리장에서 음식을 조리하다가 적발된 업체도 5곳이나 됐다.

◇ 깍두기, 육수 재사용 등 부산서 불거진 위생 논란

부산 돼지국밥집 깍두기 재사용 장면. BJ 파이 영상 캡처

특사경은 최근 동구의 한 ‘돼지국밥집 깍두기 재사용 사건’ 이후 남은 음식 재사용에 대해 중점 단속을 펼쳤다. 지난달 7일 유튜버 겸 아프리카TV BJ인 파이가 수익금 기부를 목적으로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동구의 한 돼지국밥집에서 음식 나르는 일을 하는 이벤트를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그런데 이날 방송에 잔반을 재사용하는 장면이 그대로 찍혀 논란을 빚었다. 한 직원이 손님이 남긴 깍두기를 가져와 더 큰 깍두기 통에 다시 넣었고, 다른 직원이 같은 통에 있던 깍두기를 재사용하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업소는 영업정지 15일 처분을 받은 뒤 다시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 18일에는 중구의 한 어묵탕 집에서 손님이 먹던 어묵탕 국물을 육수통에 쏟았다가 다시 담아 주는 이른바 ‘토렴’ 형태로 음식을 데우는 장면이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글 작성자는 지난 17일 들른 해당 식당에서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국물을 데워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런 모습을 목격했다고 적었다. 이어 자신도 국물을 데워달라고 요구한 뒤 해당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했다. 이 식당은 수십 년 영업해 온 지역 맛집인 데다 위생 문제가 검증된 것으로 알려진 ‘안심식당’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식당도 영업정지 15일 행정처분을 받았다.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다른 손님이 국물을 데워달라고 요구할 때 유심히 육수통을 지켜보다 이런 모습을 발견했다. 곧바로 자신도 국물을 데워달라고 해 증거 영상까지 촬영했다. 이 식당은 ‘안심식당’으로 알려져 네티즌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 가게도 영업정지 15일 행정처분을 받았다.

앞서 특사경은 지난달 11일~17일 남은 음식 재사용 업소 단속을 시행해 12곳을 적발했다. 예상보다 많은 식당이 적발됨에 따라 수사 기간(이달 21일까지)을 연장해 남은 음식 재사용 업소 2곳을 추가로 단속했다.

◇ 적발 업소 31곳의 처분은…검찰 송치·과태료·상호공개

부산시는 이번에 적발된 업소 31곳 가운데 19건을 검찰에 송치했으며 7건은 조만간 송치할 예정이다. 또 위생 불량 업소 5곳에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특히 이번 수사에 적발된 남은 음식 재사용 위반업체는 영업정지 15일의 행정처분 후 소재지 구·군의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며, ‘식품위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김경덕 부산시 시민안전실장은 “코로나19로 업주들의 어려움이 큰 것은 알고 있으나, 음식물 재사용 등으로 시민들의 식품위생안전이 저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건전한 외식문화 조성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도단속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