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주의 한 초등학교가 “경찰이 흑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그림책을 교과 과정에 포함한 사실이 알려져 지역 경찰을 중심으로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포스트, WBNG-TV 등 외신은 21일(현지시간) 뉴욕 남부 빙엄턴에 위치한 맥아더 초등학교에서 4월 권장도서로 ‘우리 마을에서 일어난 일(인종차별적 부당성에 대한 어린이의 이야기)’라는 그림책을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책은 흑인과 백인 어린이가 바라보는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경찰의 총격 진압에 지역 학교 어린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언론 보도가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지 등을 언급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책을 소리 내 읽어줬고, 또 그런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에 올렸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조쉬는 흑인 아이로, 경찰이 총을 쏜 사건을 접한 후 아버지에게 “차 안에 있던 사람이 백인 남자였다면 어땠을까요? 경찰이 그를 쏘았을까요?”라고 묻는다. 이에 조쉬의 아버지는 “아마 그들은 차를 세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그들이 옳은 일을 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고 답한다. 이야기 속 조쉬의 형 또한 “경찰은 흑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과잉 진압을 펼친 경찰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 다른 주인공이자 백인인 엠마의 여동생은 경찰에 살해당한 사람이 “흑인이었기 때문에” 총에 맞았다고 주장한다. 이를 들은 엠마가 부모에게 질문하자 엠마의 어머니는 경찰이 종종 “백인들에게는 친절하지만 흑인들에게는 심술궂다”며 “이는 불공정한 일이다”고 답한다.
주 경찰 측은 맥아더 초등학교의 조치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해당 그림책은 경찰이 인종차별을 통해 과잉진압을 펼쳤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경찰의 이미지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빙엄턴 경찰 자선 협회는 학생들이 해당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허용한 빙엄턴 교육부에 항의했으며, 해당 도서가 아이들에게 경찰을 신뢰하는 존재가 아닌 두려워하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또한 경찰이 별다른 이유 없이 흑인을 제지하고 죽이려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경찰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가르치는 책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자선 협회 측은 “학교에서 뭘 가르치는지를 결정하는 게 경찰의 역할이 아니라는 건 안다”면서도 “책 내용이 아이들로 하여금 경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공공의 안전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빙엄턴 시 교육부는 해당 책이 경찰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교육부는 성명을 통해 “해당 그림책은 경찰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나 신념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어떤 직업이든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경찰의 헌신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전했다.
미국 내 경찰의 인종차별과 과잉 진압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5월 흑인 조지 플루이드를 숨지게 한 데릭 초빈 전 미니애폴리스 경찰관은 배심원단의 만장일치로 살인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워싱턴주에서 10대 흑인 소년이 경찰 총격에 사망하고 지난 12월 버지니아주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장교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려 진압하는 등 관련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