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공에…” 러시아 동물원서 목숨 잃은 북극곰

입력 2021-04-25 09:09 수정 2021-04-25 09:09
지난 19일 세상을 떠난 생후 25년 북극곰 ‘움카’의 생전 모습.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동물원 제공

러시아 동물원에 사는 북극곰이 관람객이 장난삼아 던진 고무공을 삼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21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지난 19일 러시아 스베르들롭스크주 예카테린부르크의 한 동물원에서 생활하던 생후 25년 된 북극곰 ‘움카’가 우리 안에서 아침을 먹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심상치 않은 움카의 상태에 수의사들은 신고를 받은 지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북극곰은 이미 죽은 상태였다.

부검 결과 북극곰의 배 속에서는 작은 고무공이 발견됐다. 동물원 측은 움카가 관람객이 장난으로 던진 고무공을 삼킨 뒤 호흡 및 소화 장애 등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했다.

동물원 관계자는 현지 매체를 통해 “비극적인 사건을 일으킨 관람객을 찾아내 책임을 물을 계획은 없다”면서도 “앞으로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면밀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관람객이 동물에게 이물질을 던져 이런 슬픈 일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북극곰의 목숨을 앗아간 고무공의 일부. 동물원 측은 관람객이 던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동물원 제공

동물원 측에 따르면 움카는 어린 시절 밀렵꾼들에게 어미를 잃어 고아가 된 북극곰이다. 러시아 최동단 지역의 마을을 떠돌며 버려진 음식을 주워먹으며 살다 개 무리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현지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동물원에서 생활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움카의 죽음에 한 사육사는 “세상을 떠난 움카도 안타깝지만, 이 북극곰과 함께 생활했던 다른 북극곰 ‘아이나’도 우려된다”며 “북극곰이 성체가 된 이후 함께 어울리는 일은 흔치 않은데 두 마리는 한 우리에서 서로 의지하며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사육사들은 홀로 남은 아이나가 우울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자 더욱 신경 써서 아이나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