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제자를 상대로 3년여간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1심서 징역 10년6개월을 선고받은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가 “(피해자와) 합의하고 성관계를 맺은 적은 있다”고 주장했다.
조씨 측 변호인은 23일 수원고법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공소장에 제기된 일시·장소에서의 간음·추행이 없었다는 주장은 1심과 동일하나 합의를 하고 성관계를 가진 적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수사 과정부터 1심 판결에 이르기까지 줄곧 혐의를 부인해온 조씨가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적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1심 증인의 증언이 피고인 진술과 부합하고 피해자 진술과는 상반되는 부분이 있으나 제대로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며 “아울러 검찰의 포렌식 대부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일방의 문자메시지 내용만 있는데 답변이 삭제된 것이 많아 대화 전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다.
그러면서 1심에 불출석한 증인 신청 및 피해자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열람 등사 신청을 통해 사실관계를 다시 다투겠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6월 4일 열린다.
조씨는 한국 쇼트트랙 간판인 심석희 선수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8월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인 2017년 12월까지 태릉·진천 선수촌과 한국체육대학 빙상장 등 7곳에서 30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은 지난 1월 조씨의 혐의를 입증한 주요 증거인 심 선수 진술에 대해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하며 조씨에게 징역 10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20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7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