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V, ‘백신게임’ 셋업투수될까?... WHO 백신 제조시설 점검

입력 2021-04-23 14:57 수정 2021-04-23 15:38
의료진이 지난 1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의료시설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 한 병을 집어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과 국제기구들이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식품의약품청(EMA)은 다음달 러시아 현지에서 백신 제조 시설을 점검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간) WHO와 EMA 관계자들이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제조시설 점검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WHO 관계자는 “의약품 제조 및 관리 기준(GMP) 검사가 다음달부터 6월 초까지 진행된다”면서 “WHO와 EMA 합동조사팀이 현재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을 두고 국제적인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와 WHO 관계자들은 지난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세르게이 베르쉬닌 러시아 보건차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WHO가 스푸트니크V 백신 긴급사용 등재 기준을 충족하고자 하는 러시아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WHO에 의해 긴급사용 승인이 내려진 백신은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백신이다.

국제기구와 유럽연합(EU)이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을 고려하는 이유는 주요 백신들이 제때 수급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EU는 다국적제약사 AZ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AZ는 올해 1분기까지 백신 1억2000만회분을 EU에 공급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전달된 물량은 3000만회분 수준이다. EU 집행위원회에서는 회원국 다수가 법적 고발 의견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백신 수급난이 장기화되자 유럽 회원국 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스푸트니크V 백신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 미하일 크레쉬머 독일 작센주지사는 이날 EMA 사용 승인을 전제로 스푸트니크V 백신을 구매하고 싶다는 의향을 피력했다.

이밖에도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지사도 백신 250만회분을 구매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르노 뮈즐리에 프랑스 마르세유 권역의장 역시 백신 구매를 공언했다. 한국도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백신 도입 가능성을 점검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있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지난 2월 2차례 투여된 사람에게서 코로나19 예방효과가 91.6%를 기록했다는 연구결과가 의학 전문지 ‘랜싯’에 실리며 의구심이 걷히기 시작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물백신’으로 조롱받던 러시아 백신이 인류의 희망으로 급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 백신은 콜드체인 등 냉장유통 및 보관이 필요하지 않아 유통에 큰 강점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