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당신’ 천우희…“현실적으로 공감가는 캐릭터 갈증 있었다”

입력 2021-04-23 13:34 수정 2021-04-23 19:30
영화 ‘한공주’나 ‘곡성’의 배우 천우희를 기억한다면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 마주친 천우희는 낯설 것이다. 잔잔한 청춘 멜로 영화에서 방황하는 20대 소희 역을 맡은 천우희는 “소희는 그간 영화 속 캐릭터들 가운데 현실의 나와 가장 싱크로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 주인공 소희 역을 맡은 배우 천우희. 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개봉을 닷새 앞둔 23일 천우희와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영화 속 소희처럼 따뜻한 미소를 띈 천우희는 “이 영화를 오랫동안 기다려왔고, 코로나19로 촬영도 녹록치 않았다”면서 “더 많은 분들에게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지만 무리없이 개봉하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전 작품들에서 무거운 내면 연기를 해왔던 천우희의 연기 변신이 무엇보다 새롭다. 천우희는 “좀 더 현실적인 연기에 대한 갈증이 없지 않았다”면서 “이런 역할에 도전했다는 것이 만족스럽고, 나이를 먹을수록 청춘물이 멀어질까봐 아쉬웠는데 지금이라도 했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있다. 결과적으로 영화에서 예쁘고 맑게 나온 점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작품 선택에 대한 시각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그는 “어릴 때는 경험이 부족하기도 했고, 인간의 내면에 대해 궁금해하고 탐구하려고 했다”면서 “드라마 ‘멜로가 체질’ 이후로는 ‘지금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이 뭘까’ 생각한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기보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역할에 대해선 “일상적인 연기를 하는 캐릭터를 맡는 일이 드물었다”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많이 배려하는 점을 비롯해 소희는 성격 면에서도 실제의 나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아, 저건 천우희 모습인데’라고 생각하지만, 관객들은 새롭게 보는 것 같다. 조진모 감독님도 ‘천우희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싶다’는 욕심을 밝히셨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거운 역할을 맡으면 감정 표현이 어렵고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다보니 지칠 수 있다”면서 “일상 연기는 부담감이 덜한 반면 표현이 섬세해야 해서 그 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항상 염두에 둔다”고 말했다.


영화 속 소희는 20대 청춘이지만 아픈 언니를 돌보고 어머니의 책방 일을 돕느라 자신의 꿈이나 일상의 재미를 찾을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언니 소연을 대신해 언니의 옛 친구 영호(강하늘)의 편지에 답장을 쓰면서 조금씩 위로받는다.

천우희는 “편지에 대신 답장을 하게 된 것도 언니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일상에 활력을 주고자 했던 것”이라면서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행위는 소희에게 더 위로와 활력이 됐다. 지친 일상 속에서 가뭄의 단비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천우희에게 매력적이었을까. 그는 “영호와 소희 두 인물이 각자의 얘기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었고, 에필로그도 좋았다”면서 “20대의 불안감에 많이 공감했고, 나도 그 시절 자유가 주어졌지만 어떻게 만끽해야하는지 몰랐다”고 돌이켰다.

주연 배우인 강하늘과 편지로 호흡해야 하는 것도 이전에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천우희는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면서 “오히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열려있어서 좋았다. 소희는 소희대로, 영호는 영호대로 상상력을 많이 활용할수록 좋았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영화의 시간 배경이 2003년과 2011년을 오가는만큼 아날로그 시절을 보여주는 소품들이 많이 활용됐다. 천우희가 등장하는 장면의 배경은 어머니(이항나)가 운영하는 부산의 책방인 경우가 많다. 천우희는 “책으로 가득 채워진 책방은 세트장이었지만 실제 헌책방 느낌이었다”면서 “오래된 패션잡지와 LP판, 카세트 테이프 등이 따뜻한 느낌을 줬고 서울에 있는 영호가 타는 버스나 예전 지폐의 모습도 반가웠다”고 말했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 주인공 소희 역을 맡은 배우 천우희. 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제공

상대역을 맡은 강하늘의 연기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천우희는 “강하늘은 리액션이 좋은 배우고, 영화에서 그가 표현한 청춘은 생동감이 잘 살아있었다”면서 “같은 청춘이지만 소희와 영호의 결이 다른 점이 오히려 시너지를 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 영호의 편지처럼 배우 천우희에게 위안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천우희는 “팬들이 보내는 편지는 상대방이 보이지 않아도 위로가 된다”면서 “팬들이 내 연기에 위안을 받고 공감했다고 하면 거기에 내가 위로받고, 연기를 더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또 위로가 되는 건 배우 친구들이다. 천우희는 “문근영, 한예리 등 또래 동료들과는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고민을 나눈다. 요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