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 탄압은 ‘집단학살’”…中 압박하는 英 의회

입력 2021-04-23 10:17
한 시민이 22일 영국 런던 의회 앞에서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영국 하원은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이 집단학살이라는 취지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AFP연합뉴스

영국 의회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인권탄압을 ‘집단학살’로 규정했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이 “신장 위구르족이 ‘인류에 대한 범죄’와 집단 학살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정부가 국제법을 동원해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위구르족 박해에 대해 영국 정부가 구체적인 결의안을 낸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의회에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찬성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에 따르면 야스민 쿠레시 노동당 의원은 “신장 지역에서 학대가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의안을 상정한 누스라트 가니 보수당 의원도 “학살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결의안에서는 정부에 대한 강제적 조치는 담겨있지 않았다. 나이젤 애덤스 외무부 아시아 담당 부장관은 “신장에서의 인권탄압을 집단학살로 규정할 지는 법원 판단에 달렸다”고 한 발 물러섰다.

CNN은 “결의안이 영국 정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두 나라에 심각한 손상을 줄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양국 관계는 이미 지난해 6월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경색돼 왔다. 중국은 영국이 홍콩 출신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소지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고 정착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조치에 분노해 왔다. 영국은 지난 8일 영국에 정착하는 홍콩인을 지원하기 위해 4300만파운드(662억여원)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주권과 안보, 국익을 지키겠다”면서 “잘못된 길로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과 캐나다, 네덜란드에서도 중국 정부를 상대로 위구르족에 대한 집단학살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은 최근 신장 위구르 자치구 전역에 수용소를 마련하고 최대 200만명을 감금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용소를 나온 일부 생존자들은 수용소에서 세뇌, 고문, 강제 노동 등 광범위한 학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 지역에서 직업훈련과 지역 안전 보장에 필수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