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백신 물량 걱정 정부에 맡겨라…러시아 백신 살 때 아냐”

입력 2021-04-23 10:00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최근 백신 부족 논란에 대해 “6월 말까지 지켜보고 문제를 제기해도 늦지 않은데 성급하게 백신 관련 국민 불안을 조성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23일 CBS 김현정과의 뉴스쇼에서 인터뷰에서 “뉴질랜드와 호주, 대한민국 중에 우리 대한민국이 백신 접종에 있어 앞서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OECD 국가 중에서 방역을 비교적 잘한 나라로 평가받는 게 한국과 뉴질랜드, 호주”라며 “이들이 접종을 시작한 시기가 공교롭게 2월 말이다. 나름대로 그 정부들은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좀 보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환자가 엄청나게 많았던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과 영국과 이스라엘 아니냐”며 “그 나라들이 백신 접종을 가장 먼저 시작했고 또 지금 진도가 가장 빠르다. 그런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돌봄종사자와 항공업계 종사자의 백신 접종이 시작된 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기 위해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

정 전 총리는 진행자가 6월 말까지 예정된 1200만명 접종이 어려운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그 걱정은 정부가 하고 있다”며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1차 접종과 2차 접종 사이에 시간차가 8주~12주”라며 “2차 접종할 분량을 1차 접종에 먼저 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하반기 물량 부족과 관련해)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물량에 대한 걱정은 정부에 맡겨두라”며 “정부가 계획을 갖고 하고 있는데 왜 자꾸 안된다고 말하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11월 집단 면역 계획도 현재 수급 상황에서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

미국이 백신 수급 문제로 모더나 백신 등을 타국에 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정 전 총리는 “계약된 게 있고 또 언제까지 납품하겠다는 약속도 있다. 만약 미국이 금수조치를 취한다면 그걸 가로채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이건 깡패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어 “백신은 미국인들만 위해 있는 게 아니다”며 “미국이 어떤 그런 깡패짓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정 전 총리는 대선 출마에 대해선 “아직 결심을 밝힐 준비나 타이밍은 되지 않았다”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5월쯤에는 아마 보고드릴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현재 여권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야권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서도 견제구를 날렸다.

우선 정 전 총리는 이 지사가 러시아에서 만든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 “우리가 계약한 물량이 7900만명분”이라며 “남으면 누가 책임지나”고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아직 러시아 백신 도입을 검토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이 지사가 스푸트니크V 공개 검증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이 지사는 중대본의 일원이다. 중대본에서 그런 문제를 얘기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지사의 요청이) 번지수가 틀렸다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또 윤 전 총장에 대해선 “정치적 중립성이 검찰은 가장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라며 “자기 임기도 다 안 마치고 중간에 사임해서 정치로 직행한다? 그걸 곰곰이 생각해 보면 국민께서 계속 박수를 치실까 (싶다)”고 비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