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피해자, 윤호중 ‘현충원 사과’에 “모욕적”

입력 2021-04-22 19:31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를 마친 뒤 작성한 방명록. 연합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사과에 “모욕적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 A씨는 22일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저는 현충원에 안장된 순국선열이 아닙니다. 도대체 왜 현충원에서 제게 사과를 하시나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측에 사건 무마, 협박, 개인정보유출 등 2차 가해자인 민주당 인사들의 사과와 당 차원의 조치를 요청했는데, 수차례 요청 끝에 겨우 김태년 전 당대표 직무대행 명의의 회신문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신문에는 ‘저희 당에서 미처 다 확인하지 못한 사실들을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확인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처를 하겠다. 각 건에 대한 조치 완료 후 결과를 피해자께 말씀드리겠다. 그리고 향후 더 이상의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단히 조치하겠다’고 적혀 있었다”고 했다.

이어 “말씀하신 조치와 결과는 감감무소식인데, 오늘은 윤 원내대표께서 현충원에서 사과한다”며 “너무나 모욕적이다”라고 말했다.

A씨는 “말뿐인 사과는 필요 없다. 당신들께서 하신 말씀에 책임지라. 그리고 제발 그만 괴롭히라.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면서 현충탑 앞에 무릎을 꿇었다. 참배를 마친 윤 비대위원장은 방명록에 “선열들이시여! 국민들이시여! 피해자님이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민심을 받들어 민생을 살피겠습니다”고 적었다.

피해자가 누구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번 보궐선거의 발생 이유가 됐던 피해자분들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