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TV’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공개한 이른바 ‘스텔스 보행자 사고’ 관련 피해자 유가족이 가해자측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지난 12일 한문철TV는 ‘아침 출근길, 도로에서 자던 사람이 제 차에 치여 사망했습니다’라는 제목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사고차량 운전자 A씨는 지난해 7월 7일 오전 7시10분쯤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 자택에서 차를 끌고 출근길에 나섰다가 도로 위에 누워 잠자고 있던 피해자 B씨(19)를 치여 숨지게 했다. 그는 이 영상에서 사고 당시 피해자가 누워있던 위치는 운전자 시야에서 전혀 볼 수 없는 곳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자신을 피해자의 부모라고 밝힌 C씨는 지난 21일 기자에게 보낸 메일에서 “양심이 얼마나 없으면 이런 허위 제보를 하고 ‘언론 플레이’ 할 수 있나 숨이 막혀서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었다”며 A씨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C씨는 당시 사고로 숨진 아들이 가해차량 앞바퀴가 아닌 뒷바퀴에 깔린 채 발견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해자가 누워있는 아들을 앞 바퀴로 한번 친 뒤 더 운전해 피해를 키웠다는 증거라는 주장이다.
그는 “A씨는 ‘덜컹’ 소리를 듣고 바로 내린 게 아니다. 블랙박스 풀영상을 보면 (A씨가) 우회전하고 이면도로 들어서고 ‘덜컹’ 소리가 났다. 이어 3∼4초 경과 후 다시 ‘덜컹’했다”며 “두 번째 ‘덜컹’만 없었더라면 얼마든지 (아들이)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에 더 가슴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C씨는 정상적 운전 방법으로는 피해자를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우리도 직접 사고 현장을 찾아가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며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음을 강조했다.
앞서 A씨는 한문철TV에서 당시 사고와 관련 “굳이 (피해자를) 발견하려고 한다면 우회전 과정에서 핸들을 천천히 꺾으면서 운전석 시트에서 엉덩이를 띄우고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 전방을 확인하는 방법과 우회전을 하다가 정차 후 하차해 직접 주위를 살피는 방법이 있다. 이 같은 운전방식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했다.
C씨는 이에 “가해자가 생각하는 ‘일반적 운전방식’이 문제”라며 “운전자는 마땅히 좌·우 주시를 해야한다. 본인이 우회전 경로라면 전방주시 후 서행하면서 좌우 주시하거나, 잠시 멈춘 뒤 좌우 주시 후 우측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 말처럼 굳이 발견하려고 하지 않더라도 주차장에서 차가 잠시 서행으로 우회전하기 전에 좌우를 확인하면 훤히 다 보인다. 운전면허를 딸 때 배운 데로만 우회전을 하더라도, 눈을 감고 있지 않은 이상 전방 좌·우 주시만 제대로 했다면 사고 예방이 가능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씨는 A씨의 합의 관련 언급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C씨는 “(아들 사망 후)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가해자가 반팔, 반바지 샌들 차림으로 나타나 기가 찼다. 우리 아들을 모욕하는 것 같았다”면서 “합의 금액을 말한 적이 아예 없다. 하늘나라 간 아들을 잘 보냈느냐는 도의적인 인사보다 자기 상황만 설명하고 합의 금액을 제시하는 태도에 눈물이 나 ‘합의 절대 못 해준다’하고 돌아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맞지 않았는지 합의가 불발되었다’는 가해자의 추측성 말에 엄마, 아빠인 저희는 출처 모를 악성 댓글에 돈만 밝히는 부모라고 매도됐다. 안 그래도 살기 싫어 눈물로 보내는 부모를 2번, 3번 죽였다”고 했다.
운전자 A씨는 앞서 영상에서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고자 소정의 위로금이라도 드리면서 합의하려 했다. 하지만 피해자 측에서 생각한 금액과 내가 감당 할 수 있는 금액의 차이가 맞지 않았는지 합의 거부 의사를 밝혔고, 결과적으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같은 스텔스 보행자 사고란 음주나 약물 등에 취한 보행자가 도로 위에 누워 있다가 차량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말한다. 주로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봄, 가을 새벽 시간대 사건이 발생한다. 술을 마신 후 도로에서 잠이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