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부인 옆에 다른 남자” 안전표지판, 인권위로

입력 2021-04-2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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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동자들이 2017년부터 유명 건설사들 공사현장에 등장한 안전준수표지판을 즉각 퇴출할 것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논란이 된 표지판에는 “사고가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 있고 그 놈이 아이들을 두드려 패며 당신의 보상금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22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30 조합원 783명을 상대로 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문제가 된 표지판 문구 퇴출을 촉구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응답자 중 45.1%(353명)는 “건설노동자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고 “스스로 자괴감이 든다”(8.4%·66명), “여성 차별 문제가 있다”(4.7%·37명) 등의 지적도 있었다.

해당 표지판은 2017년 현대건설 대구 힐스테이트 건설 현장과 2017년 중흥건설 경기도 아파트 현장, 2021년 태영건설 부산국제아트센터 현장에 사용됐다.

이민철 조합원은 “안전 광고판은 노동자가 보고 안전에 대해 즉각 자각할 수 있게끔 해야 하는 데 내용을 보면 안전과 상관이 없고 사고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내용”이라며 “노동자의 인권과 가족의 인권을 무시하는 광고판(표지판)은 영원히 게재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노조는 “건설사의 천박한 노동관, 수준 낮은 여성관, 파렴치한 안전에 대한 인식이 (이런 표지판의) 배경”이라며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인권위에 건설사들이 가입된 대한건설협회로 시정 권고를 내려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