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불법 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을 놓고 벌어진 첫 공판에서 검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한 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역할을 나눠 각종 범행을 공모했다고 강조했고, 이 부회장 측은 “기업경영과정의 모든 행위가 범죄로 치부되는 이 상황이 안타깝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22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11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첫 공판기일임에도 양측은 주요 쟁점에 대해 첨예하게 맞부딪쳤다. 검찰은 여전히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합병을 계획했고 이 과정에서 합병비율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제일모직 상장 이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시기에 합병 실행을 결정했다는 것이 근거였다. 이때 이 부회장이 허위 정보를 시장에 제공하고 불리한 정보는 감췄다고 검찰은 강조했다. 검찰은 “변호인이 공소사실을 오해하고 있거나 호도하고 있다고 보인다”며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경영상 합리적인 판단이었고 이 부회장의 불법 개입이 없었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이 입은 피해가 없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합병이 삼성물산의 경영 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결정이었고 실제로 시너지 효과가 있어 주주들의 피해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 반론의 요지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이 미리 결론을 내놓고 ‘끼워 맞추기 식’의 무리한 기소를 했다”며 검찰이 마치 삼성을 범죄집단으로 보는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눈에 띄게 수척해진 상태였다. 구속 3개월여 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충수염 수술을 받았기 때문인지 야윈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 부회장 측은 재판부에 재판을 연기해줘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 내내 차분한 모습으로 검찰과 변호인단의 말을 경청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