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10기가 인터넷’ 파문 확산… 정부 “통신3사 전수조사”

입력 2021-04-22 17:18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유명 IT유튜버 ‘잇섭’의 폭로로 촉발된 KT의 10Gbps(초당 기가비트)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의 여파가 통신업계 전체로 퍼지고 있다. 국회는 22일 소관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고 소관 부처에 면밀한 실태 조사와 실질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 3사 전수조사를 약속했다.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은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KT 인터넷 속도 저하 문제에 대해 “국민의 공분이 크니 현장 상황을 검토하고 법적 문제가 있다면 제대로 대처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KT 조사에 우선 착수한 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전수 조사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은 통신 3사 10Gbps 상품만이 아닌 500Mbps(초당 메가비트) 등 하위 상품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김 부위원장은 양정숙 무소속 의원의 “의원실에서 조사를 시행한 결과 KT 500Mbps 상품의 속도가 최저기준 250Mbps에 미치지 못하는 95Mbps가 나왔다. 통신 3사의 다른 상품들에 관련해서도 조사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통신 3사가 고객들에게 서비스 품질의 관리 의무를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통신사가 ‘소비자가 인터넷 속도를 점검해서 문제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는데, 서비스 관리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대응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 의원은 “통신 3사 약관 규정을 보면 30분 동안 5회 측정해 3회 이상 최저 보장 속도에 미달하면 요금 감면이 된다”며 “소비자가 수시로 확인해 보상까지 신청하는 것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 강력한 제재와 피해보상제도가 검토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방통위와 같이 실태조사를 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게 순서”라며 “살펴보고 필요하면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신사가 고객들의 상황을 일일이 점검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재발 방지를 위해)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잇섭 유튜브 캡처

앞서 잇섭은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KT의 10Gbps 인터넷 요금제에 가입했으나, 속도를 측정해봤더니 100Mbps로 서비스되는 것을 발견했다”며 “1일 사용량이 1TB를 초과하면 속도 제한이 걸리는데, 저의 하루 사용량은 200~300GB여서 사용량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잇섭은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고객센터에 연락을 취해 문제를 해결했다며 “KT는 계속 문제가 없었다고 하는데, 소비자가 계속 속도 측정을 해서 전화를 해야 해결된다는 게 납득이 안 간다”고 비판했다. 10Gbps 인터넷 요금제는 월 8만8000원으로, 월 2만2000원인 100Mbps 요금제보다 4배비싸다.

업계 서비스 전체의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는 이번 사건에 당사자인 KT 뿐만 아니라 통신3사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가 21일 기자들과 만나 “이런 일이 벌어져 죄송스럽다”며 고개를 숙인 데 이어 박정호 SK텔레콤 CEO도 “통신 3사가 잘 협력해야 한다. 공동으로 잘 대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 운용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인지한 만큼 추후 점검 프로세스를 강화해 재발을 방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과기정통부는 국내현황 및 해외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용약관에 대한 제도개선도 병행 추진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통신사의 고의적인 인터넷 속도 저하 여부 및 이용약관에 따른 보상, 인터넷 설치 시 절차 등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 여부를 중점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