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이 국학 연구 영역을 근대 기독교로 확장해 관심을 모은다.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선비 목사’로 불리는 이원영 목사(1886~1958)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고 22일 밝혔다.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이 연구는 57만여점의 소장 자료를 대상으로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모여 학제 간 연구를 수행하는 ‘소장자료심층연구포럼’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현재 국학진흥원에는 이 목사 관련 36책의 서책과 25점의 문서가 보관돼 있다.
이 목사는 안동 도산면 원촌리 출신으로 퇴계 이황의 14대 손이다.
유학자 집안에서 나고 자랐지만 1919년 삼일운동으로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을 때 구국과 사회 계몽의 길을 찾아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이후 목회자로서 신도들을 이끌면서 신사참배, 창씨개명 등 일제 통치 정책을 거부하는 애국운동가로서의 삶을 살았고, 해방 후에는 일제통치시기 신사참배 수용 문제로 인해 기독교계가 분열과 갈등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장로교 총회장에 추대돼 분열에서 화합으로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번 심층연구포럼에는 기독교 신학자, 종교학 연구자, 근대사 연구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 5명이 참여해 ‘선비 목사’ 이 목사의 내면적 사유의 두 축인 유학과 기독교 신앙의 관계를 한국의 근현대 사회 상황을 배경으로 조명할 계획이다.
그동안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추진하는 대부분의 사업은 시대적으로는 전 근대인 조선시대, 주제에서는 유학 사상을 위주로 추진됐다.
몇 차례 불교사상 관련 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지만, 주로 외부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사업이었다. 57만여점의 소장자료 중 조선시대 유학 관련 자료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는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국학 연구 영역이 지나치게 유학에 편중됐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앞으로 한국국학진흥원은 시대적으로는 기존의 조선시대를 넘어 전 근대에서 근 현대까지 확장하고, 주제에서도 기존의 유학 중심의 틀을 벗어나 기독교를 포함해 다양한 영역으로 시야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