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남아돌까 걱정하는 미국… “수요·공급 역전될 수도”

입력 2021-04-22 15:37 수정 2021-04-22 16:00

성인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미국에서는 백신 물량이 남아돌지 모른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백신 접종 의향이 있는 국민들이 모두 백신을 맞고 난 뒤부터 접종이 저조해지면서 백신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보건·의료 분야 비영리기구인 카이저가족재단(KFF)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짧게는 2주, 길게는 4주 뒤에 미국 내에서 백신 공급이 수요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고 CNN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KFF는 “향후 2~4주 안에 미국에서 백신 접종 열기가 사그라지는 전환점이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백신 접종 촉진은 더욱 어려워지고 집단면역 달성에도 상당한 도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FF는 최근 미국인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의향을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반드시 맞겠다’고 응답했거나 이미 접종을 마친 사람은 61%로 집계됐다.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응답은 17%, ‘꼭 필요하면 맞겠다’는 7%였고 ‘결코 맞지 않겠다’는 응답도 13%나 됐다.

현재 접종 추세를 보면 백신 접종 의향이 있는 인구는 15일 안에 모두 백신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기를 넘기면 백신 접종이 저조해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것이라는 게 KFF의 분석이다.

관건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응답자들이다. 이들 중 3분의 1이 백신 접종으로 생각을 돌리면 수요·공급 전환점은 22일 뒤에 찾아오게 된다. 절반이 백신을 맞는다면 28일 뒤로 늦춰진다.

전문가들은 집단면역을 기대할 수 있는 접종률 70~85%를 달성하지 못한 가운데서 백신 접종이 저조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집단면역 달성이 더욱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현존 백신에 내성을 갖춘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연령대가 낮고 정치 성향이 보수적일수록 백신 접종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KFF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82%가 백신을 반드시 맞겠다고 응답한 반면, 18~29세는 49%에 그쳤다. 정치 성향별로는 민주당 지지자가 79%, 공화당 지지자는 46%였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