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 리얼돌(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제작된 실리콘·등신대 인형) 체험방이 주변 여자대학교의 이름을 내걸고 SNS 홍보를 하다 학생들의 반발을 받았다. 이 체험방은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지점명을 수정했다.
논란은 지난달 12일 해당 업체가 SNS에 올린 홍보 글에서부터 불거졌다. 이 업체는 ‘성신여대 점’이라는 지점 명을 내걸고 최근 리얼돌을 관리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성신여대 아가씨들 미용실 다녀왔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해당 업체의 유튜브 영상 및 웹사이트에서는 폐쇄된 공간에서 리얼돌 체험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홍보 글이 업로드 돼 있었다. 정확한 업체 위치는 나오지 않았으나 홍보문구에 등장한 실제 성신여대와 가까운 곳에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홍보를 접한 이 대학 재학생과 누리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여대 근처에 리얼돌 체험방이 위치한 것으로도 모자라 리얼돌 홍보에 해당 학교명을 언급해 마케팅으로 이용했다는 점 등이 문제로 꼽혔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업체는 지점 명을 ‘성신여대점’에서 ‘성북구 지점’으로 수정했다. 리얼돌 체험방 프랜차이즈 홈페이지에서도 지점 명을 바꿨다.
해당 업체는 2019년 말부터 유튜브, 트위터 등 다양한 SNS 플랫폼에서 리얼돌 체험 서비스 등을 홍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는 홍보 채널에서 모든 영상 및 게시글이 삭제된 상태다.
이에 성신여대 동아리 ‘RADSBOS’를 포함한 77개 학생 단체들은 20일 “우리는 인형도, 성기구도 아니다”라며 리얼돌을 규제해야 한다는 공개 비판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지난 3월 한 리얼돌 업소에서는 리얼돌을 ‘성신여대 아가씨’로 칭하며 남성들의 ‘여대생 판타지’를 영업전략수단으로 삼았다. 인형의 키, 가슴크기와 함께 가격도 노출시켰다”면서 “분노한 성신대 재학생들이 관할기관에 민원을 접수했으나 마땅한 법적 제재 수단은 없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성신여대 아가씨’는 또 다른 ○○대 아가씨, 혹은 특정 직종, 지역, 인종 등을 특징으로 하는 ○○녀, 심지어는 유명인이나 지인 등 실존 인물을 본딴 강간인형의 출현을 예고한 것과 다름없다”며 리얼돌을 관련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성신여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계 당국에 민원을 넣고 있다.
현행법상 리얼돌 체험방은 별도 허가 없이 설립 가능한 자유 업종이어서 규제수단은 많지 않다. 다만 업소 위치가 교육시설 가까이에 위치한 경우에는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규제될 가능성은 있다. 이 법은 학교 시설 반경 200m 내 ‘여성가족부장관이 고시한 영업’에 해당하는 업소는 영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리얼돌 체험방은 이 고시가 금지한 ‘성인용 인형(리얼돌) 또는 자위행위 기구 등 성 관련 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 영업’ 시설에 해당한다. 최근 논란이 제기돼 문을 닫기로 한 용인시 리얼돌 체험방도 교육환경법 위반으로 영업이 제한된 경우다.
이번에 논란이 된 업체 주변 역시 성신여대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가 밀집돼 있다. 성신여대가 위치한 돈암동에만 초등학교 4곳(우촌초·매원초·성신초·개운초), 중학교 3곳(개운중·성신여중·고명중), 고등학교 2곳(고명외식고·성신여고)이 있다.
그러나 당국은 아직 해당 업체의 정확한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해당 업체 위치가 교육기관 200m 이내에 있지 않다면, 이를 제한할 제도적 대안은 마땅히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학생들 역시 이 점을 문제로 언급하며 “특정 지역이나 직종, 연령을 특징으로 홍보하는 업소가 실제 여성의 존엄성을 해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해당 업소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대책이 없는 상황인만큼 입법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리얼돌 수입 판매를 허가한 대법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9년 “개인의 사생활에 깊이 개입할 수 없다”며 리얼돌 수입 허가를 결정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