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가로챈 돈을 총책에게 송금하던 수금책이 은행 간부 직원의 발 빠른 신고로 붙잡혔다.
22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3시쯤 광주 서구 화정동의 모 은행 무인출장소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100만원씩 한 계좌로 십여 차례 송금되고 있어 수상하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자는 해당 ATM기와 수㎞ 떨어진 광주 도심 시중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부지점장 A씨였다.
A씨는 최근 보이스피싱 수금책들이 가로챈 피해금을 ATM기 무통장 입금을 통해 중간책 계좌로 송금하는 수법을 자주 쓴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날 A씨가 은행 지점 내 전산시스템을 통해 출장소 ATM기에서 미심쩍은 입금 내역을 확인하고 곧바로 112 경찰 상황실에 신고한 것이다.
신고 접수 후 재빨리 현장에 출동한 서부서 염주파출소 경찰관들은 해당 ATM기 주변에서 목돈을 들고 있던 30대 남성 B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곧바로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수중에 있던 1100만원을 회수했다.
경찰이 입금 경위를 묻자 B씨는 “같은 날 오전 전남 화순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수천만원을 가로챈 뒤 택시를 타고 은행 무인출장소까지 왔다”고 범행 가담 사실을 털어놨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만나 건네받은 돈을 총책에게 전달한 혐의(사기)로 B씨를 입건해 지난 17일 구속했다.
B씨는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전남·경남 등 전국 각지를 돌며 보이스피싱 피해자 7명으로부터 1억여원을 가로채 총책에게 전달한 혐의다.
조사 결과 무직인 B씨는 보이스피싱 일당으로부터 건당 20만원을 받고 수금책 노릇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금융기관 두 곳을 번갈아 행세하며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당은 피해자들이 저금리 대출 전환에 관심을 보이면 곧바로 기존 대출 금융기관을 가장해 일시 상환을 독촉했다.
피해자들은 “저금리 전환 대출 신청을 했느냐. 기존 대출금을 갚지 않고 다른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면 위법이다. 형사고발도 검토할 테니 당장 대출금을 상환하라”는 말에 겁을 먹고 B씨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관련 피의자 검거와 추가 피해 예방에 이바지한 은행 부지점장 A씨에게 조만간 감사장을 수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무인 은행 점포의 무통장 입금 내역까지 세심히 살피고 발 빠르게 신고한 부지점장의 공이 크다”며 “전화금융사기는 예방이 최선이다. 금융기관과 적극 협업해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송다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