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백신 생산 중단을 요청한 볼티모어 공장에서 서로 다른 백신 간 혼합이 발생하고 폐기물이 섞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FDA는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Emergent BioSolutions)’ 공장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 앞서 이곳은 그동안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인 얀센의 코로나19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생산했었다. 그러나 두 백신 성분이 혼합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해 1500만회분이 폐기되자 FDA가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12쪽 분량의 FDA 보고서에는 ‘해당 공장은 지저분한 시설과 잠재적 혼합 가능성 등 백신 생산과 관련한 여러 문제점에 노출돼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 예 중 하나가 제조시설의 협소함 탓에 근로자들이 밀봉하지 않은 의료 폐기물을 옮기다가 백신 제조 물질이 든 용기와 접촉한 사례다.
또 서로 다른 물질이 보관된 방을 오가기 위해서는 꼭 샤워실을 거쳐야 하지만 이 역시 잘 지켜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금이 간 백신 용기도 여러 개 발견됐으며 용기 보관 창고 주변에는 페인트 얼룩이 묻어 있었다.
아울러 FDA는 언론이 보도한 얀센·AZ 혼합 사고도 공식 확인했다. 공장 측은 이 같은 문제를 피하기 위해 근로자들에게 제공했어야 할 기본적인 훈련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J&J 측은 FDA의 지적 사항을 철저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언제부터 백신 생산을 재개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공장 측이 이번 문제를 바로잡는 데 수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