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철거촌에서 60대 여성과 함께 생활하던 80여 마리의 유기견들이 시민단체 ‘KARA(카라)’에 의해 구조됐다. 포획된 유기견은 총 44마리로 카라에 의해 보호, 치료받고 있다.
카라는 최근 대전 동구 천동 철거촌에서 조모(65)씨가 기르던 유기견 중 일부를 구조해 보호 중이라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개들의 정확한 개체 수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약 80~100마리로 추정된다. 그중 44마리의 개들이 카라에 의해 구조됐고 10마리는 지자체에 의해 가정에 입양됐다. 아직 25마리가량이 철거촌 현장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 당시 개들은 상당히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조씨가 물건을 수집하는 ‘저장 강박’이 있었던 데다 늘어나는 개들을 적절히 관리할 경제적 능력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카라 관계자는 21일 국민일보에 “분변이 쌓여있어 냄새가 많이 났고, 일반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보였다”면서 “포획한 개체 중 약 50%가 기생충에 감염돼 있었다. 사람에게도, 개들에게도 매우 나쁜 환경”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개들과 함께 생활하던 조씨도 건강이 나빠져 현재 입원 중이다.
조씨가 처음부터 그렇게 많은 유기견과 동거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시작은 조씨가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유기견 두 마리를 데려와 키우게 된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후에도 눈에 밟히는 유기견을 한 마리씩 계속 데려왔다.
그렇게 개체 수가 늘어났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인 조씨는 개들에 대해 중성화 수술을 진행할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중성화 수술이나 암수 분리구획 조치도 없이 생활하던 개들은 번식을 반복했고, 현재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개들끼리 싸우다 죽거나 질병 등으로 목숨을 잃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났던 것으로 파악됐다.
카라 관계자는 “현장에 갔을 때 젖먹이 새끼도 13마리나 있었을 정도”라면서 “개들이 태어나고 죽는 상황이 반복됐다. 심지어 조씨도 개가 정확하게 몇 마리인지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기견 대부분이 오랫동안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야생화된 상태이기도 했다. 상당수 개가 봉사자들을 무서워하며 구조 손길을 거부했고 외부 공사장 등을 드나들며 생활하는 개들도 있어 포획 당시에도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라 측은 유기견들이 구조된 이후 입양이 되려면 사회화가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 만큼 현재 집중 사회화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는 명백한 ‘애니멀 호딩’에 해당한다. 애니멀 호딩은 자신의 능력을 넘어 과도하게 많은 동물을 키우며 보호자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며, 기본적인 보살핌을 베풀지 못한다는 점에서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도 2018년부터 애니멀 호딩도 동물 학대로 정의, 처벌하도록 했지만 해당 규정이 실제 적용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카라 관계자는 “애니멀 호딩은 잘못이긴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면서 “연간 13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그중 절반 가까이가 죽어간다. 그런데도 펫숍, 강아지 공장에서 판매용으로 강아지를 번식시켜 과잉 공급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게 사람들이 버린 동물들을, 관리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 연민을 느껴 거둬 키우고 거기서 또 자가 증식이 일어난다. 이렇게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애니멀 호딩은 발발하기 전에 예방 조치가 중요하다”면서 “유기동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함과 동시에 애니멀 호더 위험군인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중성화 수술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