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술 빠져 가정 파탄낸 남편’ 찌른 50대 아내 중형

입력 2021-04-21 18:35
국민일보DB

도박과 술에 빠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은 50대 아내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여성은 남편이 생전 생활비를 주지 않고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가정을 파탄 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56)와 검찰이 낸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7일 저녁 춘천에 있는 남편 B씨(53)의 집에서 B씨가 친구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고 격분해 술상에 있던 주방용 가위로 가슴을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한 차례 이혼을 경험한 후 B씨와 재혼했다. 그러나 B씨는 결혼 초부터 도박과 술에 빠져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았고 A씨와 잦은 다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양육하기 위해 집을 나간 B씨에게 생활비를 보내 달라고 했으나 B씨는 연락을 피했고, 생활비도 보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일하던 음식점에서 해고당한 A씨는 B씨를 원망하며 낮술을 마셨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면서도 “피해자가 도박과 술에 빠져 지냈고 생활비를 지원해주지 않았으며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해 일부나마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부양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범행을 저지른 점 등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유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사망한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한 양형을 고려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A씨가 ‘고의로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한 점에 대해 A씨가 죽이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 범행에 쓰인 가위가 매우 위험한 흉기였던 점 등을 종합했을 때 미필적으로라도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서도 술에 취한 것을 넘어 사물을 변별하지 못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봐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유지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