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2년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과정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은 ‘전화 통화’와 ‘보고서 문구’를 골자로 한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지검장이 안양지청의 이규원 검사 비위발생 보고를 받은 뒤 안양지청에 전화를 걸었고, 이후 안양지청 수사팀은 “더 이상의 진행 계획이 없음”이라는 최종 수사결과 보고서를 올리게 됐다는 의혹이다.
이 지검장은 “당시 어떠한 외압도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일관된 입장이지만,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그를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기는 일이 가능하다고 본다. 향후 쟁점은 결국 이 지검장의 정확한 행동과 그에 담긴 목적, 필요성, 법령상 요건 충족 여부가 될 전망이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21일 “목적과 절차가 정당했다면 가능한 수사지휘로 인정될 것”이라면서도 “뭔가를 숨기려는 의도, 부적절한 외부와의 연락이 결부됐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는 이 지검장의 전화 통화 의혹과 관련해선 통화 사실을 넘어 구체적 내용이 중요하다고 관측한다. 검찰은 안양지청이 2019년 6월 18일자로 작성된 이 검사 관련 보고서를 대검에 올린 이후 대검 반부패강력부와 안양지청 지휘부 사이에 전화 통화가 이뤄진 사실은 파악한 상태다. 이 시점에 발생한 일에 대해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금 상황을 서울동부지검에 확인해 보라’고 지휘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전화 통화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일선 청 수사를 지휘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지검장의 행위는 일단 ‘직권’ 범위에 포함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다만 이 지검장이 하급자의 정당한 수사를 방해했다고까지 판단하려면, 통화 내용 속에 무엇인가를 은폐하려는 의도 등이 있어야 한다고 법조계는 본다. 한 판사는 “예컨대 ‘과욕을 부리지 말라’는 정도의 언급이었다면 남용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 문구와 관련해선 과연 대검의 요구가 있었는지, 안양지청의 자체적 판단이었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사건의 공익신고자는 “더 이상의 진행 계획 없음”이라는 2019년 7월 4일자 수사결과 보고서 문구가 대검 요구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지검장은 당시 검찰총장 말에 따라 안양지청에 “출금 관련 의혹 수사 상황 확인을 하라”고 지시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검찰 안팎에선 과거의 수사 무마 의혹 때문에 검찰이 검찰을 수사하는 ‘검사내전’이 또 일어난 셈이라고 관측하기도 한다. 대검의 일선청 지휘가 수사팀 입장에선 부적절한 외압으로 받아들여져 문제가 된 전례는 여러 차례 있다. 그런 때마다 “대검이 수사 범위 등을 제시하는 일이 추후 비난을 받을 수는 있어도, 매번 적법 부적법을 따질 일은 못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다만 신승남 전 검찰총장이 수사를 중단시켜 직권남용 유죄를 받은 전례가 있다. 수사팀에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여러 차례 소환 요구한 것을 보면, 그때부터 수사는 거의 완성돼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한 판사는 “직권남용은 적용 범위를 넓히면 죄형법정주의가 무너지고, 좁히면 면죄부를 주게 되는 까다로운 죄”라며 “만일 기소가 되면 이번에도 법리적 논란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