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가 저가공세를 통한 버티기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저비용항공사(LCC)뿐 아니라 대형항공사(FSC)에서도 특가 항공권을 내놨을 정도다. 다음 달부터 지방공항에서도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이 가능해지는 등 항공업계의 위기 타개를 위한 조치들이 하나둘 이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선 ‘트래블 버블’(비격리 여행 권역)이 언제쯤 가능해질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21일 아시아나항공은 이날부터 오는 27일까지 ‘얼리버드 프로모션’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내 전노선을 대상으로 오는 6월 1일부터 7월 18일까지 탑승하는 항공권이 대상이다. 항공권 가격은 편도 총액 기준 김포~제주가 2만5200원, 여수~제주 2만200원, 대구~제주 3만6200원 등이다. LCC를 중심으로 이어졌던 저가공세에 FSC도 가세한 모습이다.
앞서 제주항공은 회원을 대상으로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운항하는 국내선 항공권을 편도 기준 9900원부터 판매하는 초특가 프로모션을 내놨다. 티웨이항공도 편도 총액 기준 김포~제주 1만4900원, 김포~부산 1만5100원의 특가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진에어는 이날 일본 노선 예매 고객을 대상으로 환불 및 변경 수수료 1회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을 낮춰줌으로써 승객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항공업계는 초특가 프로모션 등 출혈경쟁을 통해 근근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무착륙 관광비행이나 화물 운송도 확대하며 매출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업계가 국토교통부에 요구해왔던 지방공항 무착륙 국제관광비행도 다음 달부터는 가능해졌다. 여전히 이런 시도들이 고육지책이라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가뭄의 단비는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항공산업 지원 및 재도약 방안’에는 무착륙 관광비행 확대를 비롯해 올해 안으로 트래블 버블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도 담겨있었다. 이 때문에 업계는 트래블 버블이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 가능해질지 궁금해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국제선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지만 방역을 기반으로 트래블 버블이 시행된다면 고사 직전의 항공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조속히 시행되면 좋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지난 19일(현지시간)부터 호주와 뉴질랜드가 트래블 버블을 맺으면서 어떤 제약도 없이 양국을 이동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관련 기대감도 함께 높아졌다. 호주와 뉴질랜드뿐 아니라 앞서 대만과 남태평양 팔라우,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 3국 간에도 자가격리 없는 입국이 가능해지는 등 전세계적으로 하늘길이 조금씩 열리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중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트래블 버블 도입이 구체화된 상황은 아니다. 지난 15일부터 ‘백신여권’으로 불리는 코로나19 백신 전자 예방접종증명서 발급은 가능해졌지만 이 증명서가 실제 ‘백신여권’으로 기능하기엔 국제적으로 백신여권의 개념이 정비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토부는 ‘올해 안으로 트래블 버블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러 국가들과 (트래블 버블 관련) 실무 차원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나오는 국가도 있고, 시큰둥한 국가도 있어 천차만별이지만 어떻게든 (약속했던 기간 안에) 트래블 버블을 체결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