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친서가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했다. 회삿돈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으면서 딸의 안전을 위해 ‘고성능’ 포르쉐 차량을 샀다고 언급한 것은 상식을 한참 벗어난 해명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는 2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정당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전날 이 의원은 과거 한솥밥을 먹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친서를 보냈다. 그럼에도 총투표 255명 중 찬성 206표가 나와 체포동의안은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의원이 친서에서 언급한 ‘포르쉐’ 관련 해명이 더욱 문제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등에 따르면 이 의원의 딸이 타던 포르쉐 차량은 2018년식 ‘마칸 GTS’다. 3.0ℓ 6기통 바이터보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60마력의 강력한 힘을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256㎞까지 낼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을 뜻하는 ‘제로백’은 5.2초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친서에서 ‘딸의 교통사고 트라우마’를 언급하며 “주변 사람들이 사고를 당해도 비교적 안전한 차라고 추천한 기본 구입가격 9900여만원 상당의 외제차를 할부로 리스해서 회사업무용 차량으로 사용해 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주장은 ‘악수’가 됐다. 마칸 GTS는 포르쉐의 각종 첨단기술들이 집약돼 안전성이 뛰어난 편인 것은 맞다. 하지만 스포티한 외관 디자인과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앞세운 SUV 스포츠카로 더 유명하다. 포르쉐 차량은 안전보다도 ‘고성능’ ‘디자인’ 등 요소를 고려해 사는 이들이 많아서 일단 이해할 수가 없는 주장이었다. 또한 회삿돈으로 딸의 외제차를 구매한 것이 큰 쟁점이었는데, 이 의원이 ‘안전’을 먼저 운운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역대 15번째로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 의원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강제 신병확보를 할 수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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