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국내 기술로 설계·건조되는 3만t급 경항공모함(경항모) 도입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5조원에 달하는 비용과 군사적 효용 논란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온 해군이 관련 비판에 적극 반박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해군 관계자는 21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한 경항모 사업 설명회에서 “경항모를 도입하게 되면 적의 도발을 조기 차단할 수 있고, 다양한 위협과 상황에도 운용할 수 있어 국가전략 자산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인 비용에 대해서는 “10여 년에 걸쳐 분산 투자되며, 조선업종을 비롯한 국내 산업에 투자되므로 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2033년까지 진행되는 경항모 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약 2조300억원이다. 경항모에 탑재되는 수직이착륙전투기 20여대 도입에 약 3조원이 추가로 들며, 도입 이후에도 매년 약 500억원의 운용·유지비용이 발생한다.
해군은 유사시 경항모가 적의 첫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경항모가 자체 대공방어 능력을 갖추게 되고, 구축함과 이지스함 등 호위전력이 적의 미사일에 대응함으로써 생존력을 보장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경항모 전투단은 잠수함 1~2척, 구축함과 호위함 5~6척, 군수지원함 1척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군은 경항모가 육상에서 멀리 떨어져 작전하므로 적이 위치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내세웠다.
경항모를 확보할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작전에 참여할 수밖에 없어 주변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지난해 초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작전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지만 국익과 외교 관계를 검토해 파견하지 않았다”며 “해외 작전 참여 여부는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경항모 도입이 외교적으로 ‘항모 보유국’으로서 한국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 견제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펼쳐지는 해양 패권 경쟁 속에서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는 용도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첫 항모 랴오닝함에 이어 산둥함을 2019년 실전 배치했으며, 올해 안에 세 번째 항모 건조에 나서고 있다. 일본 역시 헬기 탑재형 항모 2척을 2만5000t급 경항모로 개조해 2023년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올해 경항모 사업은 효용성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면서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 방사청은 예산으로 101억원을 요구했지만, 연구용역비 명목의 1억원만 반영된 상태다. 앞으로 기획재정부의 타당성 조사와 국회의 예산 심의를 통과해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된다. 해군은 내년 기본설계에 돌입해 2033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경항모에 탑재될 함재기로는 수직이착륙 기능과 스텔스 능력을 보유한 미국산 F-35B ‘라이트닝2’ 전투기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군은 미래 기술 환경에 맞춰 드론·무인기를 탑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