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5·2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후보 간 신경전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당 쇄신방안에 있어서 홍영표 송영길 우원식(기호순) 세 후보가 뚜렷한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상대의 단점을 부각하는 데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 안팎에선 ‘누가 되든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흘러나오면서 전당대회 흥행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당 대표 후보 3명은 21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서로의 약점을 직설적으로 파고드는 난타전을 벌였다. 송 후보는 약점으로는 ‘불안한 리더십’이 꼽혔다. 홍 후보가 “당내에선 송영길의 리더십이 불안한 것 같다는 평가가 있다”고 포문을 열자, 우 후보도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혼자 너무 본인의 생각을 강조하는 불안이 있다”고 거들었다. 이는 지난해 외교통일위원장을 맡았던 송 위원장이 각종 말실수로 구설에 올랐던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송 후보는 홍 후보의 리더십이 ‘독선적’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추진력이 뛰어나지만, 주변 전체 의원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는 독선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 후보 역시 “변화가 필요한 때에 지키는 것에 너무 중점을 두고 있다”고 홍 후보를 평가했다. 실제 홍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단결’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4·7 보궐선거 패배 이후 혼란스러운 당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좁은 시야’는 우 후보의 약점으로 거론됐다. 홍 후보는 “우 후보자가 민주당에서 을지로위원회로 대표되는 민생 대표주자이지만 민생의 폭이 너무 좁다”고 지적했다. 송 후보는 “당 대표가 되기에는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민생개혁을 앞세운 우 후보가 당의 다른 현안을 풀어갈 역량이 부족할 것이란 지적이다.
세 후보가 내놓은 선거 패인 분석과 당 쇄신방안에서는 큰 차별점을 찾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 후보 모두 ‘부동산 민심’과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 상황’ 등을 선거에서 진 이유로 꼽았다. 대책 역시 미묘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동산정책 수정, 백신 확보, 민생 개혁 등으로 수렴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양보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세 후보 모두 ‘협상 불가 대상’으로 못 박았다.
세 후보 모두 뚜렷한 비전 제시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도 역시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세 후보 모두 친문 색채가 강하고 선수도 비슷해서 크게 차이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 대표가 누가 되든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게 지금 민심”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5선, 홍 의원과 우 의원은 4선으로 원내대표 또는 최고위원 등 당내 주요 보직을 거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