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실종대책 놓고 자폐성장애 estas 반발

입력 2021-04-21 17:03
‘발달장애인’을 상시 추적대상으로 삼자는 일부 제안에 대해 자폐인 당사자들이 반대 입장을 공식제기됐다.

성인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는 21일 성명을 통해 “지난 12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영된 ‘매년 8000명이 사라진다. 발달장애인 실종 대책은?’ 제목의 리포트를 보게 됐다”며 대안마련을 요구했다.

자폐성 장애인, 지적장애인 실종 신고인원이 해마다 8000명을 넘고, 숨진 채 발견되는 경우가 지난 5년 동안 200명이 넘을 정도로, ‘발달장애인’ 실종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고, 발달장애인의 무인식 상태가 납치나 폭력, 살인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같은 성명에서 “장애 인권 제고를 위해서라도 대책이 필요하다”며 “실종장애인 당사자를 찾는 데 많은 노력과 인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경찰, 소방서 등의 가용인력을 최대한 동원하고 배치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발달장애인 실종전담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좀 더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MBC와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중앙정부에서 모든 등록발달장애인의 현재 위치를 일괄적으로 수집, 추적, 조사하자는 기관을 설립해 운영하자는 기사의 제안대로라면 자폐성‧지적 장애인 인권과 헌법에 명시된 권리가 단순 가능성을 기반으로 침해될 수 있기에 매우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장애인 당사자 관점에서 보면 해당 기관이 설립될 경우 장애 등록을 이유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그 결과가 부모에게 통보될 수 있다”면서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17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따졌다.

이들은 이를 강행할 경우 신체의 자유와 안전, 사생활의 존중을 다루고 있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4조, 제22조를 각각 위반하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들은 “이런 감시가 등록장애인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실제 손상이 있어도 사생활을 침해받기 싫어 장애인 등록을 꺼리거나 철회하는 당사자가 많아질 것”이라며 “이는 미등록 당사자를 양산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당사자들의 인권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 지원을 받지 못하게 돼 또다른 인권침해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자폐성‧지적 장애인 당사자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또 다른 인권이 훼손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발달장애인 실종은 절대로 묵인‧방조 되어선 안 되지만, 발달장애인 실종에 대한 인권적 대안 고민 없이 GPS로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위치를 추적하자는 부모들과 일부 장애인가족지원센터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자폐성‧지적 장애인은 인권침해를 해도 괜찮다는 것을 기사를 통해 은연중에 심어준 MBC도 장애인 인권에 대해 신중한 보도를 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번 기사가 제안하는 소위 <발달장애인 실종전담기관>을 실제로 추진할 시, 모든 설립과정에서 부모 입장에 앞서 당사자 의견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전제, “피플퍼스트나 estas 등 장애인 당사자 단체와 함께 발달장애인 실종문제, 실종전담기관 등을 논의해 인권적 대안을 만들어 갈 것을 부모단체와 성동장애인가족지원센터 등에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