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화상으로 열리는 기후 정상회의에서 처음 얼굴을 맞댄다. 시 주석은 회의 참석을 통해 미·중 협력 기회를 잡고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중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기후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요 연설을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포함해 40개국 정상을 기후 정상회의에 초청했다. 시 주석의 정상회의 참석은 기정사실로 여겨졌지만 중국 외교부는 회의 전날 이를 공식 확인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의 참석은 미·중 협력의 기회이자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중국의 주도적 역할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이번 정상회의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파리기후협정을 이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특사가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던 지난 1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화상 회의를 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전 인류의 공동 사업인 만큼 지정학적 흥정거리나 타국을 공격하는 표적, 무역장벽의 빌미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하는 기후 정상회의에서도 이런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는 최근 웨이보 계정에 올린 글에서 “미·중이 기후 위기 대응 공동성명을 낸 것은 양국간 갈등이 아무리 깊어도 공동 위기에 대처해 이견을 통제하고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미 국무부와 중국 생태환경부는 케리 특사가 방중 직후 기후변화 대응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정법위는 “미·중 양측이 기후 분야에서 협력의 장을 찾았다고 해서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의 요구로 중국이 책임을 다하는 시대가 아니다”며 기후 협력은 동등한 관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은 세계 최대 탄소 배출 국가로 두 나라 배출량을 합하면 전 세계 배출량의 45%를 차지한다.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중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에 기후 협력을 제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역, 인권 등 다방면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대만에 비공식 대표단을 파견하고 대만 정부 관료와의 접촉 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등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대만과 보란 듯이 밀착하고 있다. 시 주석은 전날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개막식 화상 연설에서 이런 미국을 겨냥해 “걸핏하면 타국을 마음대로 부리고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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