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펑펑라’ 조롱에 바짝 엎드린 테슬라

입력 2021-04-21 15:42
한 중국 여성이 지난 19일 상하이 모터쇼에 전시된 테슬라 차량의 지붕 위로 올라가 브레이크 오작동을 지적하며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웨이보 캡처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중국에서 발생한 브레이크 오작동 사고와 관련해 수습이 늦어졌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테슬라가 고개를 숙인 것은 글로벌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최근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조직까지 나서 거의 조롱이나 다름없는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면서 판매량 급감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중국 매체 펑파이(澎湃)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전날 밤늦게 성명을 통해 “차량 소유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사고 관련 해결책 모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종 의견과 건의, 비판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겠다”고 사과했다.

한 중국 여성은 지난 19일 상하이 모터쇼에서 전시된 테슬라 차량의 지붕 위에 올라가 “브레이크 결함”이라고 외치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 지난 2월 자신의 아버지가 운전하던 테슬라 모델3의 브레이크 오작동으로 인해 사고가 났다는 이유에서였다. 그간 이 여성은 테슬라 측과 환불 등을 위한 협의를 벌여 왔으나, 조치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시위에 나서게 됐다.

해당 여성은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중국 공안으로부터 행정구금 5일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테슬라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더 커졌고, 테슬라는 공개적인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19일 개막한 '2021 상하이 모터쇼'의 테슬라 전시장에 직원들이 모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측은 테슬라를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고 강력 비판했다. 중국 공산당 정법위원회가 운영 중인 인터넷 사이트인 ‘창안왕’은 논평을 통해 “‘펑펑라’는 도로 위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가 됐다”며 “중국인의 돈을 벌면서 중국인의 목숨을 저버린다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펑펑라’는 테슬라를 조롱하는 신조어다. 이리저리 부딪힌다는 뜻을 지닌 ‘碰碰’(펑펑)을 테슬라의 중국 이름인 ‘特斯拉’(터쓰라)와 조합해 만든 것이다.

테슬라는 중국 공산당의 강도 높은 비판이 불러올 후폭풍을 우려해 즉각 사과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조직의 비판 이후 중국 내 주류 언론들의 공격과 불매 운동으로 번질 가능성을 걱정한 것이다.

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 테슬라 코리아 제공

테슬라는 “이번 일을 처리하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며 “관련 정부 부처의 결정과 소비자를 존중하고, 법규를 지키면서 관련 부처의 모든 조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글로벌 전체 판매량 중 30%가량을 중국 시장에 팔고 있다. 지난해에는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3를 약 14만대나 팔았으며, SUV 라인업인 모델Y를 중국에 출시해 판매 증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자동차 업계는 중국 판매량을 압도하는 업체가 향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