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 백신도 EU 접종 재개… 글로벌 백신 기근 해소될까

입력 2021-04-21 14:55

아스트라제네카(AZ)와 존슨앤드존슨(J&J) 코로나19 백신의 혈전증 부작용 논란이 촉발한 글로벌 백신 부족 사태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 규제당국이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달성이 부작용 발생 우려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두 백신의 접종을 재개토록 하면서다. 혈전증 부작용을 이유로 가장 먼저 J&J 백신 접종을 중단했던 미국도 EU의 뒤를 따를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약품청(EMA)은 20일(현지시간) J&J 백신이 특이 혈전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며 백신 라벨에 경고문을 추가토록 권고했다. 다만 EMA는 J&J 백신이 안전하다고 판단한다면서 접종 재개 여부는 각 EU 회원국이 결정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EMA는 J&J와 함께 혈전증 논란이 있었던 AZ 백신에 대해서도 같은 권고를 내린 바 있다.

J&J 백신은 한 차례만 맞으면 되고 보관 온도도 비교적 높아 취급이 용이한 백신으로 주목을 받았다. 미국 정부는 화이자, 모더나에 이어 J&J 백신에 긴급사용승인을 내렸으며 지금까지 미국인 약 800만명이 접종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인 피접종자 중 중증 혈전증이 8건 보고되는 등 부작용 사례가 나오면서 접종을 중단했다. EU 당국도 J&J 백신을 승인했으나 미국에서 혈전증 논란이 불거지자 일부 회원국이 접종을 유예했다.

EMA는 혈전증 발생 가능성은 지극히 낮으며 J&J 백신 접종으로 얻을 이익이 부작용 우려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에머 쿡 EMA 청장은 기자회견에서 “(혈전증 사례는) 매우 드물게 발생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며 “대부분의 경우, 백신은 코로나19에 따른 사망과 입원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쿡 청장은 “우리는 백신이 가져다줄 이익과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며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J&J 측은 EMA 발표 직후 유럽 지역 내 백신 공급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J&J는 EMA 권고에 따라 백신 겉면에 혈전증 발생 가능성과 그 대처법을 적은 경고문을 붙이기로 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EMA 발표 하루 만인 21일부터 J&J 백신 접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도 23일쯤 J&J 백신의 접종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 언론들은 CDC가 EMA와 마찬가지로 혈전증 발생 가능성을 담은 경고문을 라벨에 부착하는 조건으로 접종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J&J 백신 접종 중단 조치가 해제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의학 전문가들은 미국 등 각국 정부의 J&J 백신 접종 중단이 섣부른 조치였다고 경고해온 바 있다. 백신 전문가인 폴 오핏 필라델피아 아동전문병원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접종 중단은) J&J 백신에 ‘주홍 글씨’를 새겨 넣은 셈”이라며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수백만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적어도 5000명은 사망하게 될 것이다. 백신이 가져다주는 이익은 위험을 압도적으로 넘어선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