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가운데, 이용수 할머니가 “국제사법재판소로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했다.
지난 1월 8일 법원은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판결한 바 있는데, 이와 정반대의 판결이 나온 것이다.
2차 소송의 재판부는 일본 정부에 ‘국가면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가면제란 한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의 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을 뜻한다.
재판부는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을 상대로 유럽 여러 국가에서 피해자들이 소송을 냈으나 국가면제를 이유로 각하된 사례 등을 언급하면서 “국가면제의 예외를 인정하면 선고와 강제 집행 과정에서 외교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일본을 당사자로 재판할 권리가 없다고 봤다.
이 할머니는 이날 대리인들과 함께 법원에 참석했다가 판결 도중 패소로 기울자 법정을 떠났다.
법정을 나선 이 할머니는 기자들과 만나 “너무 황당하다. 결과가 좋게 나오든 나쁘게 나오든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자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항소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국제사법재판소로 갑니다. 꼭 갑니다”라고 거듭 답했다.
이 할머니는 택시를 타고 떠나기 전 눈물을 흘리며 “저는 피해자들 똑같이 위해서 하는 것이지 저만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그것만은 여러분이 알아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정의기억연대도 이날 별도의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의연은 “국가면제를 부인하기 어렵다는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고, 헌법재판소에서도 2015년 한일합의가 법적인 권리 절차가 될 수 없다고 명시했는데도 그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아쉬운 것은 오늘 이용수 할머니가 직접 나오셨는데, 한 시간 동안의 판결 내내 피해자들의 청구 이유인 인간으로서의 존엄 회복을 위한 내용이 한 마디도 없었다”며 “피해자 인권이나 소송제기보다 국가 이익을 우선시했다”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정의연은 “피해자들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하고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책무를 저버린 오늘의 판결을 역사는 부끄럽게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오늘 판결로 1월 승소 판결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은 1월 판결을 반드시 이행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의연 측은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할머니들과 논의해보겠다. 할 수 있는 것은 끝까지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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