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장교에 ‘속옷사진’ 보내놓고 징계 불복 장교…法 ‘적법’

입력 2021-04-21 11:43 수정 2021-04-21 13:23
인천지방법원. 뉴시스

여성 장교에게 속옷 사진을 보내거나 근무시간에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게임을 하는 등의 행위로 징계를 받은 육군 대위가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1부는 21일 육군 소속 A대위가 모 사단장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2019년 9월 여성 부하 장교인 B씨에게 “누가 나한테 선물했다”며 휴대전화로 남자 속옷 사이트를 보여줬다. 같은 달 열린 주간회의 시간에는 여성의 속옷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걸 선물하려면 사이즈를 알아야 하냐”고 묻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A대위는 “너 눈 되게 크다. 오늘 눈이 왜 이렇게 풀려 있냐. 이렇게 예쁜데 왜 남자친구가 없지. 요새 썸 타는 사람 없냐”는 등 개인 신상과 관련한 질문을 해 B씨가 불쾌감을 느끼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A대위의 행동은 B씨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사단 인사처에 근무하는 여성 행정장교에게 “이래서 아줌마들이 문제야”라며 남녀차별 발언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후배 장교들에게도 종종 욕설 등 폭언을 한 적도 있었다. A대위는 술을 마시면 늦게 출근하는 등 근무태도도 불성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사관이 독신 숙소를 찾아와 깨워 뒤늦게 출근해도 소파나 참모실에서 잠을 자는가 하면 근무시간엔 스마트폰을 이용해 수시를 게임을 한 일 등도 적발됐다.


이에 부대에선 지난해 3월 A대위에게 군인사법을 적용해 품위유지의무 위반 및 성실의무 위반으로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그는 징계 처분에 불복해 모 군단 항고심사위원회에 항고를 제기했고, 기각되자 민간법원에 행정소송까지 냈다.

A대위는 재판에서 “성인 남녀 사이에서 속옷 선물에 관한 대화는 충분히 할 수 있고 쇼핑몰 사이트에 올라온 마네킹이 입던 남자 속옷 정도는 성인 여성에게 보여줄 수 있다”며 “성희롱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어 “B씨가 피곤해 보여 ‘눈이 왜 이렇게 풀려 있냐’고 물었던 것”이라며 “‘아줌마’라고 한 것은 혼잣말이었고 남녀차별 발언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와 피해자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점 말고는 남성이나 여성 속옷 사진을 함께 보면서 대화를 나눌 정도로 스스럼없이 지낸 사이가 아니었다”며 “피해자가 원고보다 나이도 어리고 계급이 낮은 여성 장교인 점을 고려하면 원고의 행위로 피해자는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와 피해자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계에 불과했다”며 “상급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