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초대 해병대사령부가 들어선 이후 반세기 넘게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던 용산 ‘옛 방위사업청 부지’가 최초로 공개된다. 서울광장 7배인 8만6890㎡ 규모에 군사시설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이 부지는 ‘용산공원’에 편입돼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옛 방위사업청 부지를 오는 23일~25일 300명의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에 공개한다고 21일 밝혔다. 시가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프로그램과 연계해 진행된다. 용산공원은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120여년 간 미군이 주둔하고 있던 용산미군기지를 민족성·역사성·문화성을 갖춘 국민의 여가휴식 공간 및 자연생태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부지 공개는 용산공원 조성계획에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이 내부를 직접 보고, 용산공원의 미래방향을 논의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향후 일반시민에게도 사전신청 방식을 통해 개방할 예정이다.
옛 방위사업청 부지는 용산기지 북측에 있다. 용산공원 조성지구와 경계가 맞닿아 있어 지난해 12월 용산공원에 새로 포함됐다. 1955년 건립된 해병대사령부 본부 건물과 당시 우리 군이 구축한 방공호 등 한국전쟁 이후 군사시설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현재는 방위사업청이 2017년 경기도 과천으로 이전하면서 국방홍보원 등 몇 개 시설만 남아있다.
옛 방위사업청 부지에는 한국전쟁 후 육군본부가 용산 일대에 집결하면서 초대 해병대사령부 건물이 들어섰다. 1970년대 초 해병대사령부가 해체되면서 1973년부터 국방조달본부가 시설을 사용했다. 2006년부터는 방위사업청이 사용하다 2017년 이전한 이후로는 국방홍보원, 해병대기념관, 국군복지단 등 일부 시설만 남아있다. 정부는 옛 해병대사령부 본관 건물은 존치하고 나머지는 공원으로 재조성해 국민에게 되돌려준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은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8개 구간 중 ‘녹사평 산책’ 구간과 옛 방위사업청 부지 총 약 3.8㎞를 함께 걷는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이다. 해설사가 주변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역사‧문화에 대해 설명한다. 녹사평역에서 시작해 경리단 입구와 해방촌을 지나 옛 방위사업청 부지에서 마무리된다.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은 용산미군기지 담장을 따라 걸으면서 군사기지와 주변 지역에 펼쳐진 다양한 삶의 모습과, 도시공간에 숨겨진 역사‧문화를 해설사의 이야기와 함께 둘러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기존 4개 구간(녹사평 산책, 한강로 산책, 이촌동 산책, 부군당 산책)에 지난해 용산기지 주변 효창공원, 남산공원, 한강공원과 연결되는 이야기로 엮은 4개 구간(독립의지의 길, 일제흔적의 길, 과거전환의 길, 철도명암의 길)이 추가됐다. 용산공원 내 존치 예정인 옛 해병대사령부 본관 내부와 방공호를 직접 보고, 부지 내 다른 시설들도 외부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용산에 남아있는 군사시설은 대부분 일본 등 외세에 의해 건립된 시설이지만 이번에 공개하는 옛 해병대사령부 본관, 해병대 초대교회, 방공호는 우리 군이 제작한 것이라 의미가 크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상반기 프로그램은 오는 6월 26일(매주 목·토요일 오전 10시~12시)까지 운영된다. 하반기(9월~11월)에는 회차를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 홈페이지와 용산기지 둘레길산책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02-2133-2588)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국토부‧국방부‧해병대사령부와의 협력으로 6.25전쟁 이후 군사시설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옛 방위사업청 부지를 민간에 처음으로 공개하게 됐다.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을 시작으로 향후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도 문을 열겠다”며 “용산공원 조성계획 수립과정부터 주변 도시 관리에 대한 의견수렴까지 시민참여를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